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1년 새 약 70% 올랐다. 홈이코노미 확산에 따른 TV 수요 증가, LCD 생산 업체들의 생산량 조절 등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 발생한 대만 지진과 일본 LCD 유리기판 공장의 정전 영향으로 LCD 패널 가격 상승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V용 55인치 LCD 패널의 12월 가격(1~15일 평균값 기준)은 178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111달러 대비 68.5% 급등했다. 55인치 제품은 가장 널리 쓰이는 TV 패널로, 전체 패널 가격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상반기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TV 수요 감소 우려로 LCD 패널 가격이 주춤했다. 하반기 들어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며 LCD TV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가동 중단 이후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비중을 높이기 위해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인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TV용 LCD 패널 가격 상승세는 연말 소비 시즌이 끝나는 이달 말께부터 주춤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했다. 대만 북부 린커우 영상산업단지에서 지난 3일 발생한 정전과 1주일 뒤 이어진 규모 6.7 강진으로 대만 업체들의 LCD 패널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일본에선 LCD에 들어가는 유리기판 제조 업체 NEG의 오사카 공장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NEG는 전 세계 LCD 유리기판 공급량의 약 21%를 맡고 있다. 이날 정전으로 NEG 생산량의 15%를 담당하는 라인이 최소 3개월간 멈춰 서게 됐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공급 부족으로 내년 1분기까지 LCD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선 ‘원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TV 업체들은 올해 말까지만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려던 디스플레이 계열사에 ‘생산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패널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