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4일 두 딸과 함께 전북 군산에 있는 창업지원센터 ‘로컬라이즈 타운’을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로컬라이즈 타운은 SK E&S가 군산 지역의 도시재생을 위해 추진하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 지원 공간이다. 최 회장과 두 딸은 청년 창업가가 운영하는 사진관 월명스튜디오에 들러 사진도 찍었다. 장녀 윤정씨(왼쪽)는 SK바이오팜에서 일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차녀 민정씨(오른쪽)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LG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가 본격화한다. 이건희 회장 별세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삼성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에선 정의선 회장 체제 첫해를 맞아 대대적인 쇄신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SK는 주요 계열사 대표 유임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삼성 인사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다. 삼성 내부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2014년 5월부터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2018년 5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동일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그룹 안팎에서 ‘총수’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다만 대외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회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장단 인사는 예년처럼 12월 초·중순께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현대차그룹에선 쇄신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첫 인사인 만큼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부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규모 승진 인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지만 젊고 유능한 외부인재를 중용해온 정 회장의 스타일상 파격적인 ‘발탁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재계 관계자는 “2년 전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직후에도 세대교체 인사가 일부 이뤄졌다”며 “지난 10월 회장직을 맡은 직후에 이뤄지는 인사라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SK는 관례대로 12월 첫째주 목요일(올해는 3일)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계열사 CEO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주)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은 유임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선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ESG 관련 조직이 신설되거나 강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황정수/도병욱 기자 hjs@hankyung.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7월 전북 군산 지역 내 청년 창업가들을 만나 자신의 사업 경험을 들려줬다. SK E&S가 세운 창업지원센터 ‘로컬라이즈 타운’에 갓 들어온 청년들이 대상이었다. 비공식 일정이어서 만남은 한 시간도 채 안돼 끝났고, 최 회장은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다. 그는 이 약속을 1년 만에 지켰다.2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이 지난 24일 로컬라이즈 타운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시간을 냈다. 창업 2년 차인 이들의 사업장을 일일이 둘러봤다. 한 청년 사업가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군산 특산품 김을 상품화한 소셜 벤처 사업가에게는 결혼식 축의금 봉투를 내놓기도 했다. 청년 창업가 30여 명을 대상으로 두 시간가량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한 창업자가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고 묻자 “사업을 하다 보면 늘 예상하기 힘든 위기와 도전에 부딪힌다. 중요한 건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이니 위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성장하려면 창의력을 발휘해 진화의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이어 “직원들과 공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이를 통해 리더십, 팔로어십이 돈독해지면 모든 구성원들의 우군화가 진행돼 인적 구성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내년에 또 오겠다. 계속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 달라”고 했다.그는 군산 방문에 앞서 SKC가 올초 인수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SK넥실리스 전북 정읍 공장을 찾았다. 최 회장은 “환경을 지키고 기술력을 더 키워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우뚝 서달라”고 말했다. SKC는 기존 필름과 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바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업의 구조적 변화, ‘딥 체인지’를 가장 잘하는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기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여럿이 힘을 모으면 길이 열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20년 행복얼라이언스 데이’에 참석해 “우리의 협력이 아이들을 위한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기업·정부·시민이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성된 사회공헌 연합체인 행복얼라이언스의 참여 회원사가 100개를 돌파했다. 2016년 최 회장의 제안으로 14개사가 모여 출범한 지 4년 만이다.최 회장은 “많은 사회문제 중에서도 아이들이 영양 불균형에 놓이는 문제를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업과 사회가 힘을 합쳐 하나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사회문제들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행복얼라이언스는 최근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결식 우려 아동 2만여 명에게 100만 끼를 제공했다. 비타민, 영양간식 등 생필품을 담은 ‘행복 상자’도 지난해 3000개, 올해 1만1000개를 제작해 수해지역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올해는 식사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찾아 지원하는 ‘행복두끼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행복얼라이언스가 사각지대를 신속하게 메우고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경북 경주시, 충남 당진시, 경기 시흥시, 안산시, 전남 구례군, 전북 순창군, 인천 남동구 등 7개 지자체와 함께하고 있으며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모두와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100번째 회원사 자격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바스프는 기존 회원사와의 협력을 통한 활발한 활동을 다짐했다. 김영률 한국바스프 회장은 “더 많은 외국계 기업이 행복얼라이언스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회원사인 포스코는 자사 스틸로 제조한 주방가전 지원을,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자사 배달 앱 ‘요기요’에서 행복두끼 프로젝트 홍보를, 법무법인 지평은 아동 권리보호를 위한 무료 법률 지원을, 일룸은 아동가구 지원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을 맡는 등 각사의 전문 역량을 활용한 활동을 소개하고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행복얼라이언스 모델은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행복얼라이언스의 가치와 철학이 중국에도 뻗어가고 있다”며 중국 하이난성에서 SK와 중국 청소년 학습지원 공익단체인 광화기금회가 공동으로 결성한 ‘해피러닝얼라이언스’를 소개했다. 이 단체는 빈곤지역 초등학생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