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구조적 실업에 대처하는 자세
“진보는 양날의 검이야. 이제 기계 때문에 계산원은 필요 없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처음으로 IBM의 컴퓨터가 들어오던 날. 영화 ‘히든 피겨스’에 등장하는 우주임무본부장은 계산실의 종말을 선언한다. ‘히든 피겨스’는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 없이 수기로 해내던 시절 NASA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주임무본부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수식을 세우고 계산을 한다. 이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수십 명의 계산원이 달라붙는다.

그러다 영화 중반부 IBM 컴퓨터가 NASA 사무실에 등장한다. 컴퓨터가 들어온 첫날, 직원들은 허둥지둥한다. 과학 엘리트인 NASA 직원들조차 컴퓨터의 크기를 몰라서 사무실 벽을 부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로 컴퓨터는 모두에게 낯선 혁신이었다.

영화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도로시는 우연히 컴퓨터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신과 같은 계산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컴퓨터는 NASA의 계산원 전체가 해내는 연산을 더 빠르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실업은 혁신 등 산업환경이 변하면서 인력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해질 때 생긴다. 컴퓨터가 도입되면 계산원들을 고용하려는 수요가 사라지고, 도로시와 같은 계산원이 일자리를 잃는 게 구조적 실업의 대표적 사례다.

구조적 실업을 직감한 도로시는 자신과 계산원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한다. 경제학에선 구조적 실업을 해소할 방법으로 △장래의 노동수요 예측 △근로자 재교육 △직업알선 △노동자의 지역 이동 등을 꼽는다. 도로시는 먼저 미래의 노동수요를 스스로 예상한다. 컴퓨터가 생겨도 컴퓨터를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도서관에 찾아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포트란에 대한 책을 발견한 도로시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재교육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계산원들에게도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알려주면서 연대했다.

산업 구조의 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쪽 면엔 구조적 실업이 있지만, 다른 쪽 면에는 새로운 노동 수요가 있다. 컴퓨터의 도입으로 NASA가 IBM 컴퓨터 전담직원을 급하게 구할 때 도로시가 나선다. “우리가 준비돼 있습니다.”

결국 NASA는 흑인 여성 계산원들을 컴퓨터 관리부서에 재고용한다.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밀려나 있었던 도로시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증명하면서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주임이 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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