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거리에 대출 관련 전단이 빼곡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명동 거리에 대출 관련 전단이 빼곡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금융당국이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한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내려가면서 2018년 연 24%로 내려왔다. 연 20% 최고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16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사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고기영 법무부 차관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금융회사)과 이자제한법(사인간 거래)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인하를 거쳐 2018년부터 연 24% 적용하고 있다"며 "최근 저금리 기조, 서민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 2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 20%로 인하…文 정부 국정과제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2002년 연 66%에서 2010년 연 44%, 2011년 연 39%, 2014년 연 34.9% 2017년 연 27.9%로 조정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위는 2018년 2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부업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4%로 낮췄고, 내년 연 20%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이날 밝힌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 내년부터 年20%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지난 3말 기준)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208만명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머지 13%에 해당하는 31만6000여명의 경우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탄력 대응

그동안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여섯 차례 이뤄졌는데 네 차례가 시행령을 통해 진행됐다. 시행령은 법 개정 없이 당정청 협의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한다. 향후 시장여건이 급변할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리 인하 시기는 2021년 하반기다.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대출 거절 서민, 불법 사채로 밀려날 수도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면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업체는 정부에 등록해 관리·감독을 받지만 불법 사채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부담한 평균 금리는 2018년 기준으로 연 110%에 달한다.
법정 최고금리 내년부터 年20%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상품(햇살론 등) 공급을 확대한다. 또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한다.

불법 사채 근절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피해구제도 확대한다. 불법 사채에 대한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불법사금융 대응TF'를 통한 일제단속, 불법광고를 차단한다. 채무자에 대해서는 대리인과 소송변호사를 무료로 지원한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