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조4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국내 증시가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이날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8164억원을 순매수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57조5520억원이다. 전날인 29일 가계대출 잔액이 656조1101억원인 걸 감안할 때 30일에만 1조4419억원의 가계대출이 실행됐다.
서울 명동 거리에 대출 관련 전단이 빼곡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명동 거리에 대출 관련 전단이 빼곡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6일까지 654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0.56%, 3.71% 하락한 다음날인 27일부터 대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3조원 넘게 늘었다. 이 기간 개인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2조7356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가계대출 잔액은 생활자금 공백을 채우기 위해 매달 말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루에 1조4000억원, 나흘간 3조원 넘게 늘어난 건 이례적이다. 빚투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달 2조원 넘게 줄어든 것도 빚투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549조7283억원으로 9월 552조5864억원 대비 2조8581억원 줄었다. 주가가 떨어지자 대기자금인 요구불예금을 꺼내 빚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요구불예금 잔액도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갈 곳 잃은 요구불예금이 올 들어서만 100조원 넘게 늘었다. 언제든 주식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대출을 받아 사고 오르면 되팔아 이득을 남기는 빚투 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