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美 NYT도 '엄지 척' 신라면블랙…10년간 4억개 팔렸다
신라면블랙이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 순위에서 1위에 올라 화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신라면블랙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신라면블랙 누적 판매량은 약 4억 개. 한 줄로 이으면 8만4000㎞(봉지당 21㎝ 기준)에 달한다. 지구를 2바퀴 넘게 돌고, 에베레스트산을 약 9500번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신라면블랙은 시장 트렌드를 한 발 앞서가는 ‘1등 DNA’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 라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 개척

농심, 美 NYT도 '엄지 척' 신라면블랙…10년간 4억개 팔렸다
신라면블랙은 농심이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2000년대 접어들어 즉석식품 종류가 늘어나면서 라면 시장은 정체기를 맞았다. 농심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지는 만큼 맛과 품질을 개선한 제품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라면블랙은 우리 민족이 보양식으로 즐겨 온 ‘설렁탕’에서 힌트를 얻었다. 농심은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도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집중했다. 가마솥 원리를 이용한 신규 설비를 구축하고, 식재료의 깊고 진한 맛을 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저온에서 농축하는 기술은 우거지·무 등 채소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렸다. 이를 통해 원재료의 향까지 라면 수프에 담아냈다.

농심은 2011년 4월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신라면블랙을 선보였다. 제품 출시까지 2년간 연구하고 개발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붙이는 블랙라벨의 개념을 참고해 ‘신라면블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의 맛과 음식 문화는 물론 영양까지 고려한 신제품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보다 맛있고 품질 좋은 라면을 찾는 소비자는 신라면블랙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9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 시장에서 위기 극복

위기도 있었다. 출시 시점은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판매 가격을 1600원으로 정한 신라면블랙은 편법 가격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는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 표시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차가워진 시장 반응과 함께 매출이 급감하면서 농심은 출시 4개월여 만에 신라면블랙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돌파구는 해외 시장이었다. 농심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블랙 생산 체계를 갖췄다. 해외 판매망도 빠르게 확장했다. 2013년 6월에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산 정상 매점에서도 판매될 정도였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신라면블랙은 2012년 5월 국내로 돌아왔다.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컵라면 제품을 선보였다. 컵라면 형태의 신라면블랙은 여수엑스포에 방문한 국내외 관람객에게 호평받았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라면블랙의 국내 재출시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한 할인점에서는 미국에서 신라면블랙을 역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여론이 바뀌면서 농심은 2012년 10월 신라면블랙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사골 맛을 보강했다. 품질을 한층 높이면서 시장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두부 김치찌개 접목한 신제품

농심은 최근 신라면블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사진)를 출시했다. 식사 대용으로 가정에서 라면을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소비자가 맛있고 건강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신라면에 두부와 김치를 풍성하게 담았다.

다른 라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 건더기가 신제품의 주요 특징이다. 농심은 탱글탱글하면서 씹으면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를 개발했다. 두부 건더기는 아삭아삭 씹히는 김치와 함께 두부 김치찌개 본연의 맛을 살린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블랙이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인정받은 만큼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소비자가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