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95% 초토화…추석 대목 망치고, 낙엽 피해로 2∼3년간 생육 차질 후유증
단감·사과도 피해 커…"낙과 사주기 등 지원책 절실"
연쇄 태풍에 과일·잎 다 떨어져…울산 배 농가 "우짜노"
닷새 사이에 강풍을 동반한 대형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따라 울산을 강타한 탓에 지역 과수 농가는 말 그대로 1년 농사를 망치게 됐다.

특히 지역 특산품인 배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례 없는 낙과 피해를 봤고, 농민들은 큰 상실감과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이선이 울산을 통과하던 7일 오전 울산의 기상 수치를 공식적으로 측정하는 울산기상대(중구 서동)에는 순간 최대 시속 72㎞(초속 20m)의 바람이 불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지점별로 보면 동구 이덕서에 순간 최대 시속 150.8㎞(초속 41.9m), 북구 울산공항에 127.4㎞(35.4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앞서 3일 새벽에는 역대 최고급 강풍을 동반한 마이선 영향으로 울산기상대에 순간 최대 시속 75.6㎞(초속 21m), 동구 이덕서에 165.6㎞(초속 46m)의 더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과수 농가들은 마이삭으로 이미 막대한 피해를 봤다.

울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마이삭 당시 농가 786곳이 배를 재배하는 과수 면적 587㏊ 중 80%인 470㏊가 피해를 봤다.

특히 배가 나무에서 떨어져 상품성을 아예 잃어버리는 낙과 피해가 대부분인데, 낙과 피해 정도를 의미하는 피해율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90%에 달했다.

그나마 나무에 달린 나머지 배는 대부분 나뭇가지 사이에 있거나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한 것인데, 그나마도 상품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농가는 마이선 이후 떨어진 배를 수거해 즙이나 잼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분류하는 등 피해를 최대한 수습했다.

그런데 4일 만에 다시 하이선이 내습하면서 87㏊가 추가로 피해를 봤다.

앞선 태풍 때와 합산하면 피해 면적은 557㏊로 늘어나, 지역 전체 배 과수 면적의 95%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농가가 대목을 목전에 둔 시점에 배 농사를 망친 셈이다.

무엇보다 당장 낙과 피해도 막대하지만, 나무에서 잎사귀가 떨어지는 낙엽 피해가 커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연쇄 태풍에 과일·잎 다 떨어져…울산 배 농가 "우짜노"
잎이 떨어지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과실이 잘 열리지 않는 등 생육 장애가 발생, 2∼3년간 농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울주군 서생면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이번 하이선 때는 낙과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은데, 그 이유는 앞선 마이삭 때 배가 대부분 떨어져서 이번에 더 떨어질 것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피해는 배 농사를 지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인데,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태풍이 며칠 사이에 연달아 들이닥친 탓에 나름대로 한 대비도 소용이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울산시, 울주군, 울산배원예협동조합 등은 배 농가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군은 떨어진 배 중에 과일로써 상품성이 있는 150t가량을 구매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크기가 작거나 아직 맛이 완전히 들지 않은 낙과 400∼500t가량을 배즙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농가에 되돌려주는 사업 추진을 시와 군이 함께 검토하고 있다.

울산배원예협동조합 관계자는 "다수 농가가 풍수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농가별로 기대할 수 있는 보상금은 생산소득의 50∼60%에 불과하다"라면서 "지역사회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배 외에도 울산에서 재배되는 다른 과수 농가도 큰 피해를 봤다.

단감은 347㏊ 중 341㏊(98%)가 피해를 봤는데, 단감 역시 심각한 낙엽 피해로 여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재배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사과도 잇단 태풍에 전체 재배 면적 24㏊ 중 21㏊(87.5%)가 낙과 피해를 봤고, 피해율도 20∼70%에 달한다.

연쇄 태풍에 과일·잎 다 떨어져…울산 배 농가 "우짜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