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어장 반환하라" vs 해남 "어떻게 일군 어장인데…절대 안돼"

전남 해남과 진도 해상 경계에 있는 마로해역 김 양식 어장을 놓고 양측 어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17년을 끌었던 이 해역 어민 분쟁은 10년 전 법원 화해 조정으로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진도 수역에서 양식을 하는 해남 어민들의 어장 면허 기간이 지난 6월 7일 만료됐다.

이에 진도 어민들은 어장 반환을 요구하고, 해남 어민들은 어떻게 일군 어장인데 생존권 문제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양식 코앞인데"…해남·진도어민, 마로해역 놓고 또다시 갈등
◇ 마로해역 어떤 곳…80%는 진도 수역, 해남 어민들이 개발
마로해역 양식 어장 면허면적은 총 1만2천여ha로 이 가운데 진도 수역이 80%를, 해남 수역은 20% 정도다.

문제가 된 곳은 진도 수역에서 해남 어민들이 김 양식을 하는 1천370ha이다.

이곳은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최초 개발했지만 진도 어민이 진도 해상임을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했다.

갈등은 1999년 어민들이 어장정리에 합의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2010년 어업권 1차 유효기간이 끝나자 진도가 어장반환을 해남에 요구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당시 지자체와 법원은 지속적인 화해와 조정으로 분쟁 대상인 1천370㏊는 해남 어민이 2020년까지 행사하고, 진도군에는 신규로 1천370㏊의 면허를 내주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그러나 올해 기존 어업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양측 분쟁이 다시 벌어졌다.

◇ 진도 어민들 "재산권 되찾자"…분쟁 종식 선언
진도 어민들은 그동안 수십 년째 해남 어민들에게 빼앗겨왔던 진도 마로해역 김 양식장에 대해 이제는 분쟁을 종식시키고 행사 계약 권한을 되찾아 오자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로해역은 진도군수협의 어업권이지만 그동안 해남군 어민들이 수십 년째 김 양식업을 해오고 있다.

진도군 어민들은 해남군 어민들에게 진도해역인 마로해역 반환을 요구했지만 해남 어민들이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남군 어민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며 진도 마로해역에 대한 어업권행사 계약을 무조건 자신들에게 해 달라며 온갖 시위 등을 통해 영구적인 행사권자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도군 의신면 어촌계장 협의회 엄절용 회장은 "현재도 그렇지만 40년 전에도 해남군 어업인들이 김 양식업을 해왔던 바다는 엄연히 진도군의 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딱한 사정 등을 고려해 진도군 어민들이 해남군 어업인들에게 선의를 베풀어 주었는데 이제는 마치 마로해역이 해남군 소유의 어업권인 양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도 마로해역 김 양식 면허권은 2019년 4월 30일 전남도지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진도군수가 2020년 5월 12일 진도군수협에 어업권을 처분했다.

진도군수협은 조합원인 진도군 의신면 어촌계 어업인과 고군면 어촌계 어업인에게 각각 행사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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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어민들 "어떻게 일군 어장인데…생존의 문제" 반발
40년 전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면서 개척한 어장인데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면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
해남 어란마을에서 물김 양식을 하는 박성진(71) 어촌계장은 마로해역은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최초로 개발해 대대로 김 양식 터전으로 삼아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진도군 어민들도 김 양식에 하나둘 뛰어들면서 관할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 분쟁이 시작됐다고 김 계장은 말했다.

10년 전에 해남 어장의 면적만큼 진도 어민들이 신규 면허지까지 받았으면서 인제 와서 어업권을 이유로 해남 어민들의 마지막 터전까지 빼앗겠다는 것 아니냐며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바다 경계도 없던 시절에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놓은 어장을 야금야금 뺏기더니 이젠 마지막 남은 한 뙈기마저 내놓으라고 하니 허탈하다는 게 해남 어민들의 심정이다.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해남어민은 174가구이다.

김 양식업이 없다면 당장 수협 융자금 반환부터 어려워 파산 위기에 몰릴 소규모 어가가 대부분이다.

해남 어민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리고자 지난달 31일에는 어선 150여척을 동원해 마로해역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3일에는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남도청에서 항의 시위를 갖기도 했다.

이번에야말로 똑같은 문제로 지역 간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반드시 해결되길 어민들은 바랄 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