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해수부 형식승인 취소에 해당 업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 제기
선박 평형수 부실 설비 논란 장기화 우려…재판일정도 못 잡아
정부로부터 선박 필수 장비의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받은 세계 3위 선박용 환경장비 회사 '파나시아'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5개월 넘게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지연되고 있다.

그 사이 파나시아는 소송과는 별개로 문제가 된 설비 보완시험을 진행해 법적 근거도 없는 재승인 절차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부산 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파나시아는 지난 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생태계 오염을 막기 위해 선박 평형수로 사용한 바닷물을 살균하는 선박 필수 장비인 선박 평형수 처리 설비 48개에 대한 형식승인 취소처분을 받았다.

취소 사유는 파나시아가 평형수 처리 설비의 핵심 부품인 자외선(UV) 체임버 개수를 속여 제품을 양산하는 등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품 형식 승인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파나시아는 국내외 선박 1천145척에 문제가 된 평형수 처리 설비를 판매한 상태다.

해수부는 해당 설비를 모두 교체하라는 보완 명령을 내리는 한편 파나시아를 평형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설비 교체 비용만 1천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취소처분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까지 모든 항해 선박에 평형수 살균 처리 설비를 의무화하라고 선언한 2004년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해수부에 따르면 파나시아는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형식승인 취소와 보완 명령은 본안 소송 때까지 보류된 상태다.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서울행정법원에 본안소송은 5개월이 넘도록 아직 첫 기일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선박 평형수 부실 설비 논란 장기화 우려…재판일정도 못 잡아
파나시아는 그사이 해수부 공인기관 등에 자외선 체임버 개수를 속여 만든 평형수 처리 설비의 성능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자외선 체임버 개수가 승인 기준보다 적더라도 평형수 처리 설비 성능이 충분하다면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파나시아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애초 파나시아 계획대로 성능시험만 합격하면 제품 교체 없이 보완 명령을 이행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학계에서 "현행법상 형식승인이 취소된 설비를 보완하거나 재승인하는 근거는 없고 소급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업체가 형식승인 된 설비로 교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수부는 "법률 검토와 성능시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성능시험 결과가 먼저 나오더라도 보완명령 이행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행정소송 결과가 더 중요한 만큼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