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연초 1156원에 비해 50원가량 높지만, 코로나19 사태 공포가 지배한 지난 3월 중순 1290원대보다는 90원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다른 시장지표를 감안하면 환율은 더 하락할 명분이 있다. 코스피지수가 2200포인트에 근접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와 환율의 역상관 관계를 감안하면 환율은 1160~1170원까지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 재확산 우려,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 글로벌 교역 및 한국의 수출 회복 속도 등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배경은 코로나의 영향력이 하반기에는 다소 약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과 전세계의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으나 경제활동은 재개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 등의 개발도 활발하다. 지난 3~4월과 같은 전면적인 도시 봉쇄, 지역 차단 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본다.

두 번째 이유는 달러의 공급을 책임지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하반기에도 완화적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Fed 위원들은 2022년 말까지 현재의 제로금리(연 0~0.25%)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며 달러를 흡수하기보다 더 많이 공급할 것이라는 뜻이다. 공급 증가에 따라 달러의 약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코로나는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해결책이 본격적으로 작동해야 코로나 이전의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이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등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정치·외교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가 합의되지 않았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도 명확하지 않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은 다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를 강화할 것이다.

Fed, 하반기도 완화적 통화정책…환율 소폭 하락할 듯
결국 환율은 상반기보다 소폭 낮은 1170~1230원 수준에서의 등락이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일시적으로 1250원을 상회하기도 했으나, 코로나 영향으로 1200~1250원 수준에서 등락했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상하단이 25원 내외로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환율이 1200원 수준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언택트(비대면) 시대 본격화 등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정희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