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8% 내걸지만…계열사 카드사용, 주식계좌·보험·학습지 가입 등 충족해야

은행팀 =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연 6∼8%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년간 1천만원을 일반 예·적금 통장에 넣어봐야 이자가 몇만 원에 불과한 '0%대 금리' 시대에 솔깃한 유혹이다.

하지만 은행이 홍보하는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계열사 카드·계좌 이용 실적을 채우고 학습지까지 구독해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데다 어렵게 조건을 갖춰도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이자는 많아야 10여만원뿐이라 '저금리 불안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얄팍한 '高금리' 상술…고작 몇만원 이자에 조건은 산더미
◇ 이자 4만원 받으려면 30만원 이상 체크카드 쓰고 주식계좌·보험 등 가입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우수 고객제도 '신한플러스 멤버십'과 연계한 적금상품을 내놓으면서 "최대 8.5% 금리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신한 측에 따르면 이 적금은 최대 월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6개월 만기 자유(정기)적립식 적금으로, 기본금리는 연 1.2%이지만 적금 자동이체 연결, 최근 3개월간 적금 미보유 조건에 각 0.3%씩 우대금리가 더해진다.

여기에 신한플러스 멤버십 가입, 신한체크카드 신규 이용, 신한금융투자 최초 신규 거래, 신한생명 인터넷 보험 가입 등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연 6.5%의 리워드(보상)가 마이신한포인트 또는 캐시백 형태로 제공되는 만큼, 우대금리와 리워드를 다 더 하면 연 8.3% 금리(1.8%+6.5%)와 맞먹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신한체크카드 신규 고객이 신한플러스멤버십 체크카드로 적금 만기 10일 이전까지 3개월 넘게 30만원 이상 이용하고, 적금 만기까지 해당 카드도 보유해야 연 1.5%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연 2%의 리워드는 신한금융투자 신규 고객이 신한플러스를 통해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또는 증권연동계좌 'S-lite plus'를 개설하고 실제로 주식 거래를 해야 지급된다.

나머지 연 2%의 리워드에도 신한생명의 '신한연금저축보험 플래티넘' 가입 조건이 붙어있다.

이렇게 온갖 신한금융 계열사 금융거래 조건을 충족해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4만3천575원(원금 30만원×6개월에 최고 금리 8.3% 적용)뿐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부터 팔고 있는 '신한 11번가 정기예금'도 비슷하다.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3개월짜리 상품인데, '최대 연 3.3%' 이자율이 홍보의 포인트였다.

하지만 기본금리(연 0.8%)에 연 0.3%의 우대금리와 연 2.2%의 리워드를 받으려면 신한 오픈뱅킹 서비스에 새로 가입하고, 11번가 제휴 신한카드(신용카드) 최초 발급 고객이 11만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
11번가 제휴 신한카드까지 만들어서 우대 조건을 갖춰도, 최대 300만원의 정기예금을 예치한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이자는 고작 2만4천750원(원금 300만원에 최고 금리 3.3% 적용)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과 미미한 실질 이자 탓에 신한금융의 두 상품은 각 판매 한도 50만좌, 10만좌를 내걸었으나 현재 판매실적이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은행 얄팍한 '高금리' 상술…고작 몇만원 이자에 조건은 산더미
◇ 1년간 600만원 이상 신용카드 긁어야 연 최대 이자 16만원도
우리은행이 지난 15일 내놓은 '우리 매직(Magic) 6 적금'도 최고 연 6.0%의 금리를 약속했지만, 조건이 만만치 않다.

가입 기간 1년, 월납입 한도 최대 50만원인 이 적금의 금리는 기본금리 연 1.5%에 우대금리 최대 연 1%포인트, 특별우대금리 최대 연 3.5%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6% 수준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구체적 조건을 따져보면, 우대금리는 우리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하고 우리은행 상품·서비스 마케팅에 동의하거나,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또는 연금)를 이체해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특별우대금리(연 3.5%)까지 얹으려면 적금 가입기간(적금 가입월부터 만기일 직전월까지) 중 우리카드 사용액이 6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월 최대 50만원씩 1년간 적금을 부은 가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이자는 세금 등을 빼고 약 16만원이다.

앞서 지난 4월 우리은행이 출시한 '우리 매직 적금 바이(by) 현대카드' 역시 '최고 금리 연 5.7%'에 적금 가입 기간 현대카드를 600만원 이상 결제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직 6 적금의 경우, 기본금리가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편(1.5%)이고, 우대금리(1.0%)의 경우 쉽게 받을 수 있다"며 "우리카드 사용 실적과 연계한 특별우대금리(3.5%)를 받지 않아도 손쉽게 2.5%의 금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이 판매하는 '부자되는 적금세트'에도 적지 않은 카드 사용 실적이 조건으로 달려있다.

SC제일은행의 퍼스트가계적금(월 10만∼25만원 납입·12개월)의 기본금리는 연 1.6%인데, BC·삼성 신용카드나 BC체크카드 사용액에 따라 캐시백이 최고 3.4%까지 지급되기 때문에 최고 5%의 금리 효과가 있다는 게 SC제일은행의 설명이다.

단, 캐시백을 받으려면 적금 만기까지 SC제일은행 삼성·BC 신용카드의 이용액이 월 30만원 이상 또는 연간 36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BC체크카드의 경우 더 높은 '월 50만원 이상 또는 연간 600만원 이상' 실적을 채워야 한다.

'고금리 미끼'에 카드 이용실적 등이 아닌 색다른 조건을 붙이는 사례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웅진씽크빅과 제휴를 통해 'IBK웅진스마트올통장'을 선보였다.

기본금리는 연 1%지만, 웅진씽크빅의 초등 맞춤 인공지능(AI) 학습 서비스 '웅진스마트올'을 2년 약정으로 신규 가입하고 만기까지 유지하면 연 6%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준다.

달마다 최대 납입금(15만원)을 만기까지 2년간 넣었을 때 원금 360만원에 약 22만원의 세후 이자가 붙는데, 2년간 20여만원의 이자를 위해 아이에게 새 프로그램의 학습까지 시켜야 하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