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비판한 홍남기 "전국민에 月30만원씩 빵값 주는 게 맞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기본소득과 관련해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전 국민에게 빵값을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며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기본소득 지급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부총리는 16일 미래경제문화포럼이 주최한 조찬모임에 참석해 “기본소득제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논의에 가세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취약계층 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크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며 △해외에도 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복지 예산이 180조원인데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씩만 줘도 200조원이 필요하다”며 “200조원을 나눠줘 우리 아이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어 “지금 복지 체계에 얹어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복지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200조원이 넘는 복지 예산 ‘순증’은 재정 여건상 불가능하고, 기본소득제 도입 시 기존 복지 지원 축소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전 국민 빵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빵값 10만원을 주는 것보다 일자리와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고도 했다. 이어 “최근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국민이 반대했다”며 “기존 복지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용성장 정책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많은 사람이 포용성장을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 핵심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등 네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최근 2~3년 동안 급격히 오르면서 역풍을 맞고 포용성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창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중국은 대학생의 8%가 창업하는데, 한국은 0.8%만 창업에 나선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교해보면 10년 뒤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