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낮아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사상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4.71로 조사돼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떨어졌다고 2일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작년 9월(-0.4%)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8개월 만에 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 1월 1.5% 상승하며 작년(0.4%)의 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2월 1.1%, 3월 1.0%로 상승폭이 줄더니 4월엔 0.1%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달엔 14조원 규모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지급으로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코로나지원금은 축산물(9.8%)을 비롯한 농·축·수산물(3.1%)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 침체와 물가 내림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식·여행·개인서비스 등 가격이 담긴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0.1%에 그쳤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0.1%) 후 최저치다. 지출 목적별로 오락 및 문화(-1.6%)와 교육(-2.8%) 부문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날씨, 유가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기준) 상승률도 0.1%에 머물렀다. 지난 4월(0.1%)과 같고 1999년 11월(-0.1%)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석유류 가격 급락(-18.7%)까지 겹쳤다. 석유류는 전체 물가를 0.8%포인트 끌어내렸다.

저물가가 심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계속되는 물가 하락을 뜻한다. 물가가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 소비자는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돈을 들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퍼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며 “물가 불안과 부채 리스크가 결합되는 것이 가장 위험한 만큼 부채 관리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