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조업 기업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넉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비(非)제조업 부문은 개선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53을 기록해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76을 찍은 뒤 올해 1월부터 매월 하락하다 5개월 만에 반등했다.다만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1·2월(각각 52) 당시 수준을 맴돌았다.기업경기실사지수란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곳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49로 집계됐다. 넉 달 연속 하락하면서 2009년 2월(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의료물질·의약품(23포인트 상승) 등이 올랐으나 자동차(11포인트 하락), 화학물질·제품(10포인트 하락) 등이 하락했다.제조업 업황 BSI는 대기업(2포인트 하락)·중소기업(4포인트 하락), 수출기업(2포인트 하락)·내수기업(4포인트 하락) 등 기업 규모나 형태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락했다.반면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 업황 BSI는 6포인트 올라 56을 기록했다. 2015년 4월(6포인트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78) 이후 계속 내려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최저치를기록한 후 반등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자네, 페인트칠을 좀 한다면서….”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분)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트럭 운전사다. 어느 날 우연히 마피아 두목인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를 만나면서 평범한 운전사에서 ‘버팔리노 패밀리’의 행동대장으로 변신한다.프랭크는 버팔리노의 소개로 당시 미국 최대 노조이던 국제트럭운전사조합(IBT)의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와 알게 된다. 호파가 대뜸 “자네, 페인트칠을 좀 한다면서”라고 묻자, 프랭크는 “네, 목공일도 좀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페인트칠은 피로 벽을 칠한다는 뜻에서 마피아 세계에서 ‘킬러’의 은유적 표현이고, 목공일은 시체 처리를 의미한다. 살인청부는 물론, 뒤처리까지 가능하다는 프랭크의 대답에 만족한 호파는 그를 시카고로 데려오고, 그렇게 프랭크는 약 20년 동안 마피아 총잡이이자 노동조합의 간부로 활약한다.미국 갱스터 누아르계의 대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프랭크를 통해 1950~1960년대 미국의 부패한 거대 노동조합 문제를 3시간 반의 러닝타임에 걸쳐 그려낸다.마피아의 독점 경제학영화 속 버팔리노 패밀리는 세탁업부터 대부업, 부동산개발업까지 그야말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보여준다. 권력과의 결탁은 필수조건이다. 마피아식 사업 확장은 거침이 없다. 경영 원칙은 단순하다. 인위적으로 독점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세탁업을 차려서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지역 일감을 쓸어가자, 위기에 몰린 경쟁업체가 청부업자를 고용해 영업을 방해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피아는 프랭크를 시켜 경쟁사 사장을 암살한다.독점은 자연 독점과 인위적 독점으로 구분된다. 자연 독점은 진입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기나 통신처럼, 막대한 초기비용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산업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가격 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가격 통제권을 갖는다.마피아가 개입하는 독점은 다르다. 진입장벽을 인위적으로 쳐 경쟁자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한다. 독점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버팔리노 패밀리는 쿠바의 카지노와 호텔 독점 사업권을 노리고 당시 케네디 정권과의 결탁도 서슴지 않는다.사업에 방해가 되면 대통령조차 제거 대상이다. 종반부로 치닫는 과정에서 이권 사업을 놓고 호파와 사이가 틀어진 버팔리노가 “대통령도 제거하는 자들인데 노조위원장이 대수겠어”라고 호파 암살을 지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에 마피아가 연관돼 있다는 암시로 읽힌다.노조와 마피아-권력의 3자 결탁‘아이리시맨’의 가장 큰 축은 거대 노동조합이다. 영화 속에서 트럭노조 IBT는 세 확장을 위해 마피아와 손잡고, 정치권력과도 결탁하지만 때로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장면이 줄곧 등장한다. 노조와 범죄조직,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어떻게 엮이게 됐을까.1950년대는 그야말로 미국 노동조합의 전성기였다. 1935년 기업의 노동조합 방해 행위를 금지한 와그너법이 기름을 부었다. 호파는 1935년 당시 14만 명에 불과했던 IBT를 23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합으로 성장시키고, 프랭크의 설명대로 “50년대에는 엘비스, 60년대에는 비틀스만큼 유명한” 거물이 된다.“우리 트럭이 멈추는 날, 미국이 멈춘다”는 호파의 연설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호파는 기습파업, 동조파업 등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극대화한 전술로 미 전역의 트럭업체를 차례로 굴복시켰다. 디트로이트의 택시 운전사들이 IBT에 가입하지 않으려 하자 호파는 프랭크를 시켜 이들의 차량을 모두 폭파시키고, 그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인다. 마피아는 노조를 도와준 대가로 IBT 노조가 운영하는 대규모 연금을 자신들의 사업에 투자하도록 한다.경제적 자원 손실 불러온 거대 노조거대 노조는 사회 전체의 비효율과 자원 손실을 불러온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노동공급과 기업의 노동수요가 균형을 이뤄 형성된다. 자연적인 시장에서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어렵다. 경제학에서의 ‘노동 수요 임금탄력성’ 때문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임금이 시장균형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면 노동 공급량은 증가하고 수요량은 감소해 노동에 대한 초과공급, 즉 실업이 발생한다.하지만 거대 노조는 이를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집단교섭권이나 파업권은 물론, 마피아 조직을 동원한 불법적 수단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리시맨’에 등장하는 IBT가 전형이다. 노조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개별 근로자의 숙련도나 시장 가치와 어긋난 임금 체계를 마련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임금 수준을 자연 균형 위로 끌어올린다. 노조 보호 울타리에 들어간 노조원은 온전히 임금 상승의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나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저숙련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경제학은 이 같은 비효율을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고 설명한다.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forward@hankyung.comNIE 포인트① 독점이 수요와 공급의 시장균형을 무너뜨려 비효율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②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은 자연적인 노동시장에서 양립 가능할 수 있을까.③ 정규직 노조원의 보호가 비정규직이나 비노조원의 이익과 충돌한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카타르 LNG프로젝트에 이어 러시아 LNG프로젝트마저 절반을 중국에 내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조선과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22일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이 발주한 LNG선 10척 중 중국 후둥중화조선소가 5척을 따냈다.대우조선해양도 5척을 받았지만 전량 수주를 자신하고 있던 한국 조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2014년 1차 프로젝트 때는 한국이 15척을 모두 수주했다. 후둥중화조선소는 지난달에도 한국이 싹쓸이 수주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16척 규모의 LNG선 건조 계약을 맺었다.LNG선 시장은 최근 수년간 한국이 점유율 80~90%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유조선 등을 중국에 내주고 척당 가격이 약 2억달러(약 25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 LNG선에 집중해왔지만 이 시장까지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스코 등이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데 중국 철강사들은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세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에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쟁사들의 체력이 약해진 틈을 노린 것이어서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철강·조선 CEO들의 절규…"中 물량 공세로 생존위기 내몰려"위기의 철강·조선산업…중국 업체만 증산 나서“한국 철강사들에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의 물량공세입니다.”지난 1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회의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등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철강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CEO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철강사들이 감산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만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철강사들의 생존이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물량공세에 감산효과 물거품코로나19로 철강업계의 생태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발주가 줄어들면서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세계 주요 철강사는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도 12년 만에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난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자 감산효과는 물거품이 됐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2만3367t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의 철광석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강도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중국은 건설 및 인프라가 전체 철강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가인 만큼 정책 효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 강판의 수요 반등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제철소들의 증산에 원재료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t당 97.5달러로 9개월 만에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월 말보다 22.6% 올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초 철강 가격 인상을 예고했지만 자동차 조선사들은 ‘내 코가 석 자’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자동차 강판가격을 t당 3만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보 상태”라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도 곧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이 밀려들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의 차)가 악화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올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4분기 2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현대제철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392억원으로 2015년 4분기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철강업체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서울 잠원동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고 강관사업부 매각, 단조사업 분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조선도 중국 추격에 초비상조선업계도 중국의 공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작년까지 세계 1위의 반도체처럼 ‘액화천연가스(LNG)선 초격차’를 자신했지만 올해 잇따라 중국에 대규모 LNG선 수주를 내주자 긴장하는 분위기다.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들은 올해 27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한국(73만CGT)과 일본(49만CGT)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기대했던 LNG선 수주에 실패하며 중국에 뒤처져 있다.중국이 카타르 LNG프로젝트에 이어 러시아 LNG프로젝트를 따낸 배경에는 막강한 자본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 대신 꾸준히 LNG를 늘리고 있다. 가스전을 개발해 LNG를 팔아야 하는 카타르와 러시아가 최대 고객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조선업계는 중국의 LNG선 건조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올해 나머지 물량 수주를 자신했다. 중국 조선사들은 몇 년 전부터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꾸준히 LNG선 건조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과 기술력 격차가 예상보다 빨리 좁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