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투자 발표…"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 강조
정의선 회동·중국 출장 이어 연일 공격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21일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대국민 사과 이후 이어지는 공격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날 투자 발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 속도 내는 이재용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야심 찬 반도체2030 비전을 선포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석권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시설에 투자할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10조원 안팎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양산이 시작되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시장점유율은 18%에 그쳐 TSMC(54%)에는 크게 밀리지만,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시설을 발판으로 2030년 1위에 오르기 위한 싸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 속도 내는 이재용
삼성전자의 신규 투자 발표는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이어지는 이 부회장의 과감한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 일주일 만인 13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했으며, 코로나19를 뚫고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중국 시안의 삼성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3일 동안 3번이나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위기 돌파의지를 보여줬다.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 속도 내는 이재용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과감한 투자 발표를 한 것은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했던 말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경영 행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투자 발표와 인수·합병(M&A) 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당장 경쟁사인 대만 TSMC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미·중 무역 분쟁에 대응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등 '미래'에 집중돼 있다"며 "위기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돌파하겠다는 말에서 보듯 더욱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 속도 내는 이재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