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외식 줄고 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값 내려…고교 무상교육도 영향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큰 상황"…마스크 온라인 판매가격은 2천원대로 하락
코로나·유가에 물가상승률 0.1%로 둔화…근원물가 20년래 최저(종합2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0%대로 주저앉으며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로 공공서비스 가격까지 내린 영향이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작년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가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지만 4월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유가에 물가상승률 0.1%로 둔화…근원물가 20년래 최저(종합2보)
품목 성질별로 보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6.7% 떨어져 전체 물가상승률을 0.28%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0.7% 내렸다.

석유류 가격 하락 이외에도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가격이 차종별로 1∼3%가량 내린 것이 영향을 줬다.

공공서비스는 1.6%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3%포인트 끌어내렸다.

올해 4월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고교 3학년에서 고교 2학년까지 확대되면서 고교 납입금이 64.0% 줄어든 영향이 컸다.

고교납입금은 단일품목으로 4월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코로나·유가에 물가상승률 0.1%로 둔화…근원물가 20년래 최저(종합2보)
농·축·수산물 가격은 1.8%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수산물은 8.1%, 축산물은 3.5% 올랐다.

품목별로는 달걀이 12.3%,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각각 5.4%, 2.6% 상승했다.

집밥 수요 증가 속에 가공식품 가격도 1.3%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1.0%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가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임에도 작년 동월 대비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비로 올해 1월(0.9%)부터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인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장기간 0%대 상승한 것은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개인 간 접촉을 기피하며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도 하락해 승용차 임차료(-16.0%), 호텔 숙박비(-6.8%)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주춤한 데다가 공공서비스 가격은 하락하면서 전체 서비스 가격은 0.2%의 미미한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1.4% 올랐고 집세는 보합세를 보였다.

지출 목적별로 봤을 때 오락 및 문화 물가가 2.5% 내려 2007년 5월(-2.7%)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교육 물가 하락률은 2.4%로, 1986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식사, 여행 위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외식 수요가 줄어서 외식 물가 상승률이 낮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과 고교 무상교육으로 공공서비스 물가가 하락한 점이 낮은 물가 상승률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유가에 물가상승률 0.1%로 둔화…근원물가 20년래 최저(종합2보)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미치던 1999년 9월(0.3%) 이후 20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0.1% 올랐다.

이 역시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은 낮은 근원물가 상승률은 고교 무상교육과 승용차 개소세 인하 등 정책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3% 상승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코로나·유가에 물가상승률 0.1%로 둔화…근원물가 20년래 최저(종합2보)
한편 마스크 가격은 온라인에서도 2천원대로 떨어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 주말 온라인에서 KF94 마스크 평균 가격은 2천900원대로 하락했고, 오프라인 가격은 1천720원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마스크 온라인 판매가격은 지난주 금요일 3천50원대였다가 주말 2천900원대까지 내려왔다"며 "(조사를 시작한 시점에는) 5천원대였다가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전망에 대해 최근 정부의 '생활 방역 전환'과 국제 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심의관은 "상방·하방 압력이 다 있어서 여건을 말하기가 지난달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공급망 봉쇄와 붕괴, 각 나라의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 생활 방역 등이 물가 상승 요인이고, 국제 유가 하락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물가가 더 하락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라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여건과 산유국의 감산 여부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이 향후 소비자물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자료를 내고 "한국은 주요국보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크지 않고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지 않아 상품가격 상승요인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3월(0.7%)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 식료품 소비자물가가 3.6% 급등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