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이어질 경우 빈곤율이 5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컬럼비아대 빈곤사회정책연구소 크리스토퍼 위머 연구원 등은 미국의 실업률이 30%를 유지할 경우 올해 빈곤율이 12.4%에서 18.9%로 급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에서 실업률이 30%로 유지되면 추가로 2100만명의 미국인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며, 흑인 가구의 3분의 1가량은 빈곤선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이 경우 빈곤율이 적어도 1967년 이래 5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 것으로 봤다. 실업률이 10%에 머문다면 빈곤율은 15%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어린이와 근로 연령층 성인이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가장 크다고 봤다. 65세 이상 노인층은 이미 다수가 은퇴해 소득 감소 위험이 적기에 상대적으로 빈곤율이 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어린이와 근로 연령층에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이들에게 소득 보조를 긴급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연구는 빈곤층을 위한 현물 및 현금 지급 등 이전수입을 포함해서 예측한 결과이기에 이전수입이 없을 경우에는 빈곤율이 훨씬 더 높아진다. 일례로 이전수입이 없을 경우 실업률이 30%라 가정할 때 빈곤율은 35%로 치솟고, 실업률 10%일 때도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미 정부가 마련한 경기 부양 예산의 현금 보조나 실업수당 확대를 포함하지 않았기에 부양책이 실행된다면 빈곤율은 분석치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미국은 3월부터 실업자가 급증했다. 3월 셋째 주 이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 11일까지 4주간 2200만건에 달한다.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3.7%이던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10.4%로 치솟고 내년에도 9.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