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노선 집행부,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지키기'에 초점
'현대차 노조가 임금동결 언급'…코로나19 고려 분위기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 동결 검토 가능성을 17일 우회적으로 표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리·합리 노선으로 분류되는 현 노조 집행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업 위기 상황을 고려해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지키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내용을 소개하는 소식지를 냈다.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 단체는 올해 3월 말로 만료되는 임금협약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고, 사용자는 노동자 생계 타격에 대비해 기금을 적립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독일 위기협약은 기업은 고용보장,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세계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수출시장 붕괴로 현대차 유동성 위기를 전망했다"며 "세계 자동차 기업이 몰려 있는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가 맺은 위기협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노조가 회사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며 독일 사례를 제시한 것은 올해 상반기 안에 시작할 임금교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특히,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과 투쟁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 사례를 제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노조 선거에서 현 집행부가 '실리·합리'를 내세워 당선됐기에 가능한 변화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동결 언급'…코로나19 고려 분위기
대신, 노조는 고용 안정에 집중할 전망이다.

노조는 당장 다음 달 노사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인기 차종을 여러 공장, 라인에서 나눠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판매 부진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 조합원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지면 일감이 줄어 수당 감소나 고용안정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당장 임금 동결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7천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전망치는 1조2천억원에 육박했는데 코로나19가 퍼질수록 낮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