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반도체 소재부품 전문 자회사인 SKC솔믹스는 1일 경기 평택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300억원을 투자해 연내 첫 중국 공장을 세우는 안건을 의결했다. 중국 내 반도체 세정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석 달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고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다.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3월 고정거래가격은 전월(2.88달러)보다 2.08% 상승한 2.94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9월(8.19달러)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2.81달러) 하락세를 멈췄다. 지난 1월부터 소폭 반등하기 시작해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폭 상승했지만 고점을 찍었던 2018년 9월의 35%에 불과하다.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제조업체가 대형 거래처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할 때 매기는 가격이다. 전체 D램의 90% 이상이 이 가격에 거래된다.128Gb MLC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6월(3.93달러) 바닥을 찍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가격은 4.68달러로 전월 대비 2.63% 상승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우주선이 지구를 벗어나려면 빠른 속도로 중력을 이겨내야 합니다. 2단계 추진에 성공해야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이완재 SKC 사장은 회사를 이제 막 발사에 성공한 우주선에 비유했다. SKC는 올해 초 숙원이던 동박 제조사 KCFT 인수를 끝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SKC가 필름·화학회사에서 전기자동차 소재회사로 거듭나는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이 사장은 “지금은 자축할 때가 아니다”며 재도약을 주문했다.그의 속도경영에 맞춰 SKC는 2단계 발사를 실행했다. 3월 초 815억원을 투입해 KCFT 공장 증설에 나섰다.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2020년은 수년간 추진해온 사업모델 혁신이 결실을 보는 해”라며 “어떤 난관도 뚫고 나간다는 각오로 혁신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세 가지 혁신으로 체질 개선전격전이었다. 이 사장이 이끄는 SKC는 지난해 3개 전선에서 동시다발로 움직였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기업 PIC와 화학사업 글로벌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각사의 폴리이미드(PI)필름 사업을 현물 출자해 세운 합작사인 SKC코오롱PI 지분을 매각해 1조원이 넘는 재원을 확보했다. KCFT를 인수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만한 세 가지 혁신을 동시에 이뤘다.이 사장이 처음부터 과감하게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2016년 SKC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생존의 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회사 이익의 70~80%를 차지하던 프로필렌옥사이드(PO) 프로필렌글리콜(PG) 등 화학소재사업에 국내 정유업체가 뛰어들었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회사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이 사장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부임 후 1년 반 동안 공부에 매진했다. 계속 잘할 수 있는 사업, 새로 시작해야 하는 사업, 축소해야 하는 사업으로 나눠 분석했다. 신성장 동력 찾기에도 골몰했다. 수많은 회의 끝에 2차전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정한 뒤 SKC가 잘할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각 사업분야를 하나하나 분석했다.공부를 끝낸 이 사장은 2017년 6월 서울 중학동 본사에서 모든 임직원을 모아 놓고 SKC가 나아갈 길을 밝혔다. 평소 중국 고전과 무협지를 즐겨 읽는 이 사장은 장자(莊子)를 인용해 경영 키워드를 ‘탈정(脫井)’으로 제시했다. 탈정은 ‘갇혀 있는 우물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변화가 아니라 환골탈태 수준의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 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변화에만 집중했다”며 “기존 사업 틀을 유지한 채 우물을 벗어나지 못했고 개선하는 데에만 신경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 전략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사업 영역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1 대 1 협상으로 합작 이끌어‘풍림화산(風林火山).’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라는 뜻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상황에 따라 군사를 적절하게 운용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이 사장은 방향을 정한 뒤 바람을 탄 불처럼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임원들에게 질문하고 경청하는 데 집중하던 그는 이때부터 직접 전선에 나서 ‘혁신전도사’로 뛰었다.이 사장은 쿠웨이트 PIC와 글로벌 합작사를 세우기 위해 열 번 이상 비행기를 탔다. 그동안 PIC의 최고경영자(CEO)는 세 번이나 바뀌었다. 작년 3월 PIC와 한국에서 협상할 때의 일이다. 지배구조 등 합작사 구조에 대해 양사 간 의견 차가 줄어들지 않자 상대측 고위임원이 회의실을 떠났다. 협상이 결렬될 위기였다. 이 사장은 PIC 고위임원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 1 대 1 협상을 시작했다. 두 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양측은 합의안을 끌어냈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 8월 본계약 체결에 이르렀다.이 사장은 온화한 외모와 달리 집요함과 강단을 갖췄다는 게 회사 임원들의 전언이다. 그는 평소 임직원에게 ‘끈기’와 함께 ‘끝장정신’을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끝장을 본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일할 때는 냉정하지만 술자리에서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SKC는 2016년 이 사장 부임 이후 크게 달라졌다. 적자였던 필름사업부문과 해외 법인은 흑자로 돌아섰다. 자산은 3조9730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131.4%에서 작년 말 129.0%로 줄었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2016년 3만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올해 2월 5일 6만500원까지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화학산업에 갇혀 있던 회사에서 2차전지 소재사로 거듭난 SKC의 성장성을 인정했다는 평가다.이 사장은 안주하지 않고 사업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블랭크 마스크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탈정의 각오로 변화를 추진해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있지만 지금까지 힘을 쏟은 혁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재 SKC 사장△1959년 강원 원주 출생△1984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2007년 SK에너지 전략본부장△2010년 SK(주) 사업지원1실장△2012년 SK E&S LNG사업부문장△2014년 SK E&S 전력사업부문장△2016년~ SKC 대표이사 사장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비디오플레이어가 보급된 1980년대 집집마다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국내 처음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생산한 회사가 SKC(당시 선경화학)다. 1977년 국내 최초로 PET필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게 밑거름이 됐다. PET필름은 비디오테이프 외에도 오디오 자기테이프, 엑스레이 필름 등에 쓰였다. SKC가 개발하기 전까진 전량 수입해야 했다.1987년엔 미국 아코화학(현 라이온덴베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PO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과 화장품 제약 등에 쓰이는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의 원료다.SKC는 2000년대 들어선 화학사업의 고도화를 이루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독일 화학회사에서 고부가가치 화학 공정 기술을 들여오고 폴리우레탄 사업은 분사하면서 회사를 한 단계 올려놨다. 필름사업 부문 경쟁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합작사를 세운 것도 이때(2008년)다. 이 회사는 2014년 이 분야 매출이 세계 1위로 올라섰다.SKC는 2016년부터 다시 한번 바뀌고 있다. 이완재 사장 취임 후 첨단 사업 쪽으로 무게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SKC는 지난해 화학사업 부문 지분 49%를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PIC에 팔고 동박회사인 KCFT를 인수하면서 2차전지사업에 발을 들였다. 동박은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KCFT 인수로 연 2만t인 생산량을 5년 뒤인 2025년엔 13만t까지 늘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SKC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진천에 접히는 유리로 불리는 투명 폴리이미드(PI) 공장을 완공했고,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에 필수적인 블랭크 마스크 라인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C의 화학과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은 각각 32%, 12%였지만 수년 후 이 비율은 역전될 것”이라며 “화학기업에서 소재기업으로 변신하며 모빌리티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