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맡기나
'부모님 찬스'에 직장 동료끼리 육아 품앗이도
[김과장 & 이대리] 길어지는 집콕 육아 대처법

자녀를 둔 직장인에게 개학의 또 다른 말은 ‘육아 해방’이다. 그런데 올해는 ‘해방’이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한 달 이상 미뤄졌기 때문이다. 오는 9일부터는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집에서 수업을 받는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다.

맞벌이 직장인들은 요즘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느라 진땀을 흘린다. 양가 부모님 손을 빌리는 ‘조부모 찬스’는 기본. 비슷한 사정의 직장인끼리 돌아가며 육아 ‘품앗이’를 하거나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육아템(육아+아이템)’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학부모가 된 직장인은 자녀가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느라 여념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분투 중인 직장인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개학 연기에 ‘비상 육아체제’

직장인들이 갑자기 생긴 ‘돌봄 공백’을 채울 때 가장 먼저 손을 벌리는 사람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한 전자업체에 다니는 박 과장은 석 달째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방학 때마다 아이들 식사 등 육아를 부모님에게 부탁하는데 이번엔 방학이 예상과 달리 길어졌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외부인이 오가면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란 불안 때문에 새로 도우미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겨울방학 시작부터 석 달째 부모님께 육아며 집안일을 부탁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게도 육아를 도와줄 사람은 필수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와 집에서 함께 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예 자녀를 데리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는 집으로 출근하는 재택근무족도 있다.

한 통신사에 다니는 유 선임은 재택근무 날이면 근처에 사는 친구 집으로 출근한다. 전업주부인 친구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한다. 유 선임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놀아달라는 아이를 두고 재택근무를 하자니 회사에 출근하는 게 그리울 지경”이라며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당장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도우미 비용보다 두둑하게 선물을 챙겨줄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부부가 돌아가며 ‘돌봄휴가’

부모가 돌아가며 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거나 올해부터 생긴 가족돌봄휴가를 활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내커플인 김 팀장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각자 주어진 연차에 더해 올해부터 신설된 최대 열흘짜리 가족돌봄휴가제도를 돌아가며 쓰고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자녀를 돌봐야 할 때 하루 단위로 쉴 수 있는 제도다. 연차와 달리 무급휴가다.

김 팀장은 “회사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1주일씩 돌아가면서 아이를 보고 있는데 방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집 안에서 놀아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집중할 육아템을 찾는 게 중요하다. 수입차 업체에 다니는 강 과장은 지난주 직경 170㎝짜리 트램펄린을 대여했다.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는 자녀들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어 빌렸는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아이들은 트램펄린 위에서 30여 분간 신나게 뛰어놀더니 이내 곯아떨어졌다. 한 달 대여료 4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강 과장은 “혈기왕성한 아이들과 집 안에서 놀아주는 게 일하는 것보다 힘들다”며 “다음주엔 또 무슨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직장인들의 고민도 깊다. 국내 한 건설사에 다니는 김 부장은 고3 아들의 수능 준비가 걱정이다. 학교는 개학을 미루고 학원마저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다. 자녀가 집에서만 공부하는 탓에 김 부장은 퇴근 후 TV도 맘대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녀가 수능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다. 김 부장은 “개학 날짜가 미뤄진 데다 수능까지 연기돼 불안이 커졌다”며 “누구보다 아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 가족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만든 ‘이산가족’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아이와 ‘생이별’한 직장인들의 얘기도 들린다.

한 자산운용사에 다니는 이 과장은 지난주 태어난 첫딸의 얼굴을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2주간 배우자 출산휴가를 냈지만 감기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산후조리원에서 ‘추방’당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갈 곳도 없는데 아내와 아이도 못 보고 집에만 있는 처지”라며 “차라리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육아휴직에 막 들어간 사람에게 코로나19발 재택근무 확산은 오히려 약이 되기도 한다. 한 증권사에 다니는 박 대리는 지난달 출산해 조리원에서 나왔는데, 때마침 남편 회사가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박 대리는 “신생아를 돌보느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집에 아이와 둘만 남겨지는 것 같아 막막한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이 집에 같이 있으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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