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의 대안으로 국민 건강보험료를 감면 및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한경DB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의 대안으로 국민 건강보험료를 감면 및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모습. /한경DB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납부를 일시 유예·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가구와 기업에 소득 보전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수조원의 재정 부담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3~6개월간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를 유예하거나 감면하는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시나리오별로 정책 효과와 재정 부담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업 부담 완화 차원에서) 경제활동이 안정될 때까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의 납부를 일정 기간 유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대신에…건강보험료 감면·유예 검토
정부는 건강보험료 감면 및 유예 조치가 재난기본소득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아우르는 복지제도여서 유예 및 감면 지원 시 모든 가구에 혜택이 돌아간다.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절반은 기업이 내기 때문에 기업들도 혜택을 받는다.

건보료는 소득의 6.67%(절반은 기업 부담)로, 작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11만1000원이었다. 3개월간 50% 감면하면 약 16만7000원의 소득 보전 효과가 나는 셈이다. 3개월 유예하면 그 기간 33만원의 지출을 아낄 수 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 지원도 검토 대상이긴 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안 낸 만큼 노후의 연금액도 깎인다는 문제, 고용보험은 미가입자가 많다는 문제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저소득층에 대한 건보료 지원은 이미 시행이 결정됐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건보료 납부액 하위 20%에 해당하는 484만5000가구에 건보료를 3개월간 50% 감면하는 대책이 포함됐다. 대구·경북 등 특별재난지역은 건보료 하위 50%의 보험료를 50% 경감한다. 두 대책을 시행하는 데 투입하는 정부 예산은 2656억원이다.

문제는 이를 전면 지원으로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전체 가입자를 상대로 6개월간 건보료를 50% 깎아주면 보험료 수입이 약 15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3개월로 기간을 줄여도 7조5000억원이다. 그만큼 건보 재정에 구멍이 생긴다. 정부는 사회보험료 감면을 시행할 경우 예산으로 건보기금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7조~15조원에 이르는 금액은 정부 재정에도 부담이다. 2차 추경 편성도 불가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건보료 감면을 하위 50% 정도로 좁히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몇 개월간 보험료를 안 냈다가 나중에 납부하는 ‘유예’는 원론적으로는 재정 부담이 없다. 하지만 유예한 건보료를 추후 100% 징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고 유예 기간이 끝난 뒤 가입자의 납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달 체계 구축에 비용이 드는 현금 지원보다는 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지원이 나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건강보험과 정부 재정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과 영세사업자로 지원 범위를 좁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항공·여행업 등 피해 업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