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화두는 ‘코로나19 시대의 대응 방안’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성 시대에 들어선 가운데 어떻게 투자하고, 위기를 극복할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한 최고경영자(CEO)도 적지 않았다.
이석희 "자산 효율화해 불확실성 대비"…정호영 "위기를 기회로"
반·디업계 “기회 요인까지 종합적 고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올해 완만한 (반도체) 수요 회복이 전망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및 공급 환경이 영향을 받으며 시황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2분기께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구성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산 효율화를 극대화해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계획했던 투자는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진행 중인 이천 M16 공장 건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사업장에서 정기 주총을 열어 정호영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산업 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사업상 핵심 리스크(위기 요인)뿐 아니라 새 기회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중국 광저우에 OLED 공장을 완공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LG화학은 주총에서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은 LG화학 이사회 의장이 됐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지낸 권 부회장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LG화학에 복귀하게 됐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어 LG화학까지 4개 계열사 의장을 맡았다. 권 부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직접 챙기면서 ‘구광모 회장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은 경쟁사 등의 특허 침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부회장은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해보다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주도자가 돼 ‘글로벌 톱5 화학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소재와 자동차 소재 중심으로 미래 과제 개발에 집중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을 굳건히 다지겠다”며 “회사가 보유한 특허와 지식재산이 침해받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서울 상일동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총에서 삼성물산은 보유 중인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80만 주를 다음달 24일자로 소각하기로 했다. 회계·재무 전문가 제니스 리, 고용·노동정책 전문가 정병석 씨, 공정거래·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이상승 씨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두 사람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찬성률이 70%를 웃돌았다. 효성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동채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동국제강도 주총을 열고 장세욱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