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윳값이 7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주간 단위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ℓ달 1천503.8원으로 전주 대비 15.7원 내렸다. 1월 다섯째 주 첫 하락 때만 해도 내림 폭이 ℓ당 1원대였으나 2월 둘째 주부터는 10원대 하락을 이어갔다. 일간 단위로는 휘발유 가격이 지난 11일 ℓ당 1천499.7원을 기록, 작년 9월 이후 6개월만에 처음 1천400원대로 하락했다. 가장 비싼 상표인 SK에너지는 이달 둘째 주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515.6원이었고 가장 저렴한 자가상표 주유소는 1천479.2원이었다.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14.5원 내린 ℓ당 1천585.7원이었다. 최저가 지역 대전 휘발윳값은 전주 대비 23.1원 하락해 ℓ당 1천466.8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경유 가격은 이달 둘째 주 ℓ당 1천319.1원으로 전주 대비 18.9원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락한 국제유가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며 "3월 중후반에도 큰 폭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16.9달러 급락해 33.6달러였다. 1월 가격(64.3달러)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시사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추가 감산을 합의했지만, 비OPEC인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고 이에 따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9일 24.6% 폭락했다. 지난 11일에는 사우디와 UAE가 각각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러시아는 국제 유가의 배럴당 50달러대로의 복귀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acui721@yna.co.kr
대공황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주식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금까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면서 각국 경제 활동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는 데다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책 차원에서 유럽과의 통행을 금지한 건 글로벌 경기둔화와 각국 간 갈등을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99% 떨어진 21,200.62에 거래를 마쳤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22.6%) 이후 최대 낙폭이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10% 가까이 미끄러졌다.몇 시간 앞서 마감한 유럽 증시의 낙폭은 10%를 웃돌았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스톡스50지수는 12.40% 급락했고,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10.87% 하락해 1987년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독일 DAX지수(-12.24%)와 프랑스 CAC40지수(-12.28%) 역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미국과 유럽을 거친 공포는 아시아 증시에도 몰아쳤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6.08% 하락한 17,431.05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지수 19,000선이 무너졌던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전일 대비 10.1% 급락한 16,690.60까지 밀렸다. 1990년 4월 이후 3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16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지수 17,000선이 뚫리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 홍콩 증시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곧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이날 오후 아시아 증시에서 낙폭이 다소 줄어든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국제 유가도 폭락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48달러(4.5%) 하락한 31.50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2.57달러(7.2%) 급락한 33.22달러를 기록했다.주가 등 위험자산이 하락할 때 통상 오르는 미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도 폭락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4월물은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째 하락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025%포인트 올라 연 0.84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극도의 공포 속에 모든 자산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통지)과 청산매매(투자자가 마진콜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소가 강제로 반대매매하는 것)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올 1분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울 것이란 추정이 확산되고 있다. JP모간은 미국이 올해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블룸버그는 코로나19 위기는 대공황 때와 경제적으로 가장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의 위기는 정말 독특하고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황의 가능성은 적어도 80%”라고 진단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과학자와 의학계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건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크리스 럽키 MUFG 전략가는 “대공황은 각국 간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유럽과의 통행 단절은 또 다른 대공황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확산이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면 그 시작은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5%에 달해 주요국 중에선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이날 이탈리아의 FTSE MIB지수는 16.92% 급락해 1998년 이 지수가 나온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간밤 유럽 및 미국 증시의 폭락에 이어 '13일의 금요일'을 맞은 한국 증시도 급락했다.13일 한국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장중 8% 이상의 폭락이 1분 간 지속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인 2001년 9월12일 이후 18년 6개월 만이다. 코스닥은 2016년 2월12일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발동됐다. 당시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해외 주요 증시가 급락했고, 북한 위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됐었다.◆코로나19 세계 수요·공급 훼손…"4월1주차 변곡점 예상"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 대폭락의 첫번째 방아쇠(트리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다. 전염 우려에 따른 외부 활동 기피에 소비수요가 둔화됐고,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공장 폐쇄로 공급망이 망가져서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회복을 예상했던 올해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가 무너졌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올 1월 봤던 세계 경제의 회복, 주가 상승은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완전히 달라졌다"며 "문제는 코로나19의 2차, 3차 확산이 벌어지면서다"라로 말했다.이탈리아는 전국을 봉쇄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은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았다.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가장 나쁜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한다"며 "올해 코스피지수 최고점이 2267을 적용해보면 약 1100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금융 시장이 극단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의 사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는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인구 1억명당 100명 신규 확진)부터 약 2주 후부터 증가세가 둔화됐다. 중국은 증가세가 본격화된 후 20일이 지난 시점에 둔화됐고, 한국은 12일이 걸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유럽이나 미국도 확진자수 증가세가 본격화된 후 대략 16~20일 후부터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월 24일과 2월 29일인데, 추정이 유효하다면 다음 주부터 유럽 확진자수 증가세는 차츰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이제 막 확진자가 급증하는 단계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3일부터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앞으로 2주간은 증가 구간이다. 내달 초를 최대 고비로 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확진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세계 코로나19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4월1주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트럼프에 흔들린 증시…기대가 공포로""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서면서 뉴욕 증시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증시 폭락에 일조했다. 대국민 연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이 미쳤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대한 실망감이 코로나19 공포로 확산하면서 뉴욕 증시와 국내 증시가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유럽과의 교류를 차단하는 악수를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고 진단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일부 개인과 사업체에 대한 세금 납부 유예 등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코로나19 공포로부터 국민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북돋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급여세 감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고, 오히려 유럽 입국 봉쇄가 경기둔화를 부채질 할 것이란 공포를 확산시켰다. 간밤 유럽 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한 것도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온 '검은 목요일'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줬고 ECB의 안일한 대응이 공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에 유입되면서 급락했고 당분간 적극적인 대응이 부재할 것이라는 공포감으로 패닉에 빠졌다"면서도 "ECB가 추가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공포 심리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국제유가 폭락, 증시 유탄…"기대 인플레이션 훼손"국제유가의 하락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이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훼손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패닉이 왔다고 설명했다. 폭락한 유가는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5%(1.48달러) 내린 31.5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1.50달러까지 밀리면서 3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WTI는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산 전쟁' 우려 속에 지난 9일 24.6% 곤두박질쳤다가, 10일 10.4% 급반등했지만 11일에는 다시 4.0% 급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이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가 "감산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하면서 치킨 게임 우려가 확대돼서다.유가가 급락하는 동안 국내 증시도 바닥을 모르고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하루에만 4.19% 하락했고, 10일 0.42%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11일, 12일, 13일 3거래일 연속 각각 2.78%, 3.87%, 2.61% 떨어졌다. 이날 역시 급락세를 연출했다.국제유가는 미국 국채 수익률과 함께 경제적인 건강과 신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지표)다. 때문에 유가 하락이 경제 둔화 우려를 키웠고, 증시 역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구체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훼손시켜 금융시장의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으로, 지난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장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또 국채유가 하락으로 부채가 많은 셰일가스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 이들에게 돈을 빌려 준 은행들로의 연쇄 타격 가능성이 부각됐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이르면 4월초 저점을 확인 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43.5달러로 예상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원유수요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러시아의 의도대로 미국 셰일 원유생산량이 급속하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유가는 2분기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진우/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