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신청 기업도…행사 기피 분위기에 주총장 찾느라 '동분서주'
'코로나19 주총대란'…TK 상장사 약 60% 주총일정 미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강타한 대구·경북 지역의 상장사 다수가 아직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하면서 주총 개최 등 관련 일정 연기를 당국에 신청하는 기업이 나오고 다중 참석 행사를 기피하는 분위기에 주총장을 급하게 바꾸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 본사를 둔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5개사 중 이날까지 주총 일정을 정해 공시한 기업은 43개사(41.0%)에 그쳤고 나머지 62개사는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총 개최·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오는 30일) 및 주총 소집 통지 시한(개최 2주 전)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주까지 주총 소집 통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일정이 상당히 촉박한 셈이다.

이처럼 이 지역 상장사 다수가 아직 주총 날짜를 잡지 못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결산 등 주총 준비 업무와 주총 장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구 지역 기업들이 주총 행사장을 대관하려는데 해당 장소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영업을 중지하는 등 대관이 잘 안 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기한 내 주총 개최 및 사업보고서 제출이 어려운 기업의 제재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주총 개최 및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사업보고서 등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신청 접수를 시작하자 휴대전화 부품업체 KH바텍이 상장사 중 처음으로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경북 구미시에 본사, 중국 톈진(天津)시·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시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 모두 코로나19의 영향권에 속한다.

이에 이 회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늦춰지고 있어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등 지연 제출 여부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왔다"고 밝혔다.

앞서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가 중국에 사업장을 둔 소속사 상대로 조사한 결과 코스피 15개사, 코스닥 60개사 등 75개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재무제표 작성 등 사업보고서 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 지역 상장사들까지 더하면 사업보고서 등 제출을 연기하려는 기업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등 지연 제출에 대해 문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부터 제출 연기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올 것 같다"고 관측했다.

한편 기업들이 주주들을 회사 내로 불러들이는 데 부담을 느껴 회사 외부를 주총 장소로 선호함에 따라 주총 일정은 정했지만 장소 마련에 애를 먹는 상장사들도 적지 않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현대차, 현대로템 등 코로나19 때문에 사업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주총을 가급적 사내에서 안 하려는 추세"라며 "하지만 공공기관 등 외부 장소도 코로나19로 대관을 많이 중단하고 있어 장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과 에스원의 경우 당초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주총을 각각 열기로 했으나, 서울YWCA 측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관을 취소하자 부랴부랴 각자 장소를 변경했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 대관을 중단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산하 시설을 주총 장소로 예약한 삼성중공업, 엑시콘 등은 새 장소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중 삼성중공업은 주총장을 급하게 자사의 판교R&D센터로 바꿨지만, 엑시콘은 아직 새 장소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삼천당제약, NHN한국사이버결제, 신스타임즈 등이 기존 주총장이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장소를 변경했다.

또 대구가 본사인 푸드웰을 비롯해 삼성스팩2호, 삼성머스트스팩3호, 유안타제4호스팩 등이 당초 자사 사무실 등지에서 주총을 열려다 외부 장소로 옮겼다.

주총을 정상 개최하는 상장사들도 주총장 내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등은 "주총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주주만 입장시키겠다"고 주총 소집 공고문을 통해 안내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걱정 때문에 주주들도 예년보다 주총장에 덜 참석할 것 같고, 회사들도 발열 등 증세가 있는 주주들을 주총장에서 격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따라서 가급적 전자투표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금감원·거래소 등 유관 기관들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업장 내 주총장을 방문해 사업장 폐쇄로 이어지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들은 전자투표·서면투표나 전자위임장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주총대란'…TK 상장사 약 60% 주총일정 미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