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드셔도 일회용컵을 쓸 수 있습니다.”지난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매장 직원에게 “여기서 마시고 갈게요”라고 했더니 일회용컵에 커피를 내줬다. 매장 좌석에는 머그잔을 쓰는 손님이 없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커피전문점도 바꿔놓고 있다. 이달 초 환경부는 공항, 기차역,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은 일회용품 사용을 하도록 허용했다. 타인의 입이 닿은 머그잔은 세척해도 불안하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였다.하지만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식음료 매장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사용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정하도록 일임했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론 낸 지자체는 전국 20여 곳 정도다. 서울 서초구가 가장 먼저 결론을 내리면서 관내 커피전문점들은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음료에 담아 제공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성남시 파주시, 충북 충주시, 충남 서산시, 전남 광양시 등도 지역 내 식음료 매장 일회용품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가했다.스타벅스 관계자는 “서초구 내 매장의 점심시간대 일회용컵 요청이 소폭 늘었다”며 “머그잔은 안전을 위해 고온 세척과 열탕소독한 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른 구·시·군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디야 관계자는 “서초구 등 허가된 지역은 플라스틱컵을 제공하고, 나머지 지역은 소비자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 본사의 지침마저 없는 독립 커피 매장들은 눈치껏 대응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임모씨(51)는 “손님들이 원하면 안줄 수 없는 분위기”라며 “구청 지침은 없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머그잔 사용 여부를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구 반대편 커피 농가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햇원두를 한창 거래해야 할 시기에 아시아 바이어들을 찾지 못해 커피 산지 농가 창고마다 생두가 쌓이고 있다.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커피 원두 가격은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사흘 만에 약 30% 폭락했다. 국제 유가보다 더 큰 하락폭이다. 지난 20일 기준 커피 원두(0.45㎏ 기준) 가격은 104.95센트로 최저점(97.90센트)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커피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투자자가 떠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최대 커피 체인인 루이싱커피가 우한 지역 등에서 문을 닫고, 4300개 중국 스타벅스 중 절반이 임시 폐쇄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차(茶) 문화가 발달한 중국은 지난 10년간 커피 소비량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고급 품종을 다루는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FT는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자, 고가의 커피 원두를 구매하는 핵심 바이어”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투자자에게 큰 불안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올 1월 중순까지 50달러대를 유지하던 루이싱커피의 주가도 41달러로 떨어졌다.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가는 케냐다. 스페셜티 커피와 차, 아보카도 등 지난해 상반기에만 9조원가량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남미의 주요 커피 수출국도 중국과 아시아 전반의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차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재고가 남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불고기 크림리조토, 쉬림프 로제파스타, 볼로네제 라자냐….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다. 요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식사 메뉴다. 카페는 이제 단순한 만남의 장소라기보다 업무와 공부, 휴식 등을 위한 공간이 됐다. 머무는 시간이 늘고 카페 수가 증가하면서 카페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카페는 물론 디저트 브랜드까지 ‘한 끼’가 되는 메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빙수 브랜드 설빙은 17일 전국 10개 지점에서 ‘눈꽃볶음밥’ ‘짜장게티’ ‘로제 파스타’ 등과 같은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오피스 상권의 점심을 공략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카밥족’은 지난해 크게 늘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확산되면서 카페에서 식사한 뒤 일을 하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려는 사람들이 카페로 몰렸다. 그동안 ‘모닝세트’를 주로 판매하던 카페는 아침은 물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잘 판매되는 메뉴를 대거 내놨다. 이들 식사 메뉴가 카페엔 고객 1인당 구매 단가를 높여주는 효자 상품이 됐다.카페 메뉴를 가장 앞서 선보인 건 할리스커피다. 카페에서 오래 머무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2017년 ‘할리스 플레이트’라는 이름으로 밥 메뉴인 그라탕과 리조또, 라자냐 등을 선보였다. 식사 메뉴에 음료를 함께 마셔도 1만원 안팎이어서 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혼밥족’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할리스커피의 지난해 음료 외 사이드 메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스타벅스는 지난해 이 시장을 키웠다. ‘밀박스’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하루종일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파스타와 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된 밀박스 5종과 샐러드가 중심이 된 밀박스 5종 등 10종은 지금까지 200만 개 이상 판매됐다.스타벅스 관계자는 “밀박스 주요 소비층은 20~30대로 오피스 상권에서 유독 많이 팔렸다”며 “전체 매출의 30%가 광화문, 강남역, 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아침 시간대(26%)보다는 점심 시간대(30%)에 많이 판매됐다. 저녁 시간대 판매 비중도 18%에 달했다.SPC그룹이 운영하는 파스쿠찌는 이탈리아 정통 커피 브랜드에 걸맞은 델리 메뉴를 앞세웠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갓 만든 포카챠 빵에 각종 토핑을 얹어먹는 포카챠와 따뜻하게 데워먹는 샌드위치인 파니니 등은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 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조리 쉽고 냄새 적은 메뉴 인기카페에서 판매하는 식사 메뉴는 매장 내 조리가 쉽고 빨라야 한다. 또 ‘커피 냄새보다 음식 냄새가 더 강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음료만 마시는 다른 소비자로부터 불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이런 이유로 카페의 식사 메뉴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센 불에서 조리해야 하는 아시아 음식보다 파스타, 샌드위치 등 유럽식 먹거리 비중이 높다. 소형 오븐, 전자레인지에 5~10분 정도만 조리하면 완성할 수 있도록 간편식(HMR) 형태로 매장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커피처럼 머그컵에 담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수프 메뉴도 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컵수프와 옥수수 라떼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대체할 만한 메뉴를 내놨다. 스타벅스도 지난해 말부터 트러플 머쉬룸 수프를 비스킷에 찍어 먹는 신메뉴를 내놓는 등 간단한 식사 메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