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중징계 결정 통보가 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손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당국이 통보 시점을 늦춰 법적 대응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손 회장의 제재 결정이 공식통보되면 행정소송을 하기로 했다.

단, 소송 주체는 손태승 회장 개인이 된다.

금융 당국의 제재에 불복할 때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이의신청, 집행정지 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다.

이의신청은 금융 당국에 재심을 요구하는 방안이지만 제재 효력을 중지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이의신청을 하면 대개 집행정지 신청도 같이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금융기관의 직원만 할 수 있어 손 회장은 그 대상이 아니다.

제재 효력을 당장 중지시킬 필요가 있는 손 회장으로서는 행정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제재 효력이 발생하면 손 회장은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어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연임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은 대규모 손실 사태를 유발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은 이는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손태승 연임지지'에 제재통보시 행정소송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 만큼 손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6일 간담회를 열고 "기관(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 (제재 의결)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손 회장)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 당국의 제재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으나 손 회장을 3월 정기 주총에서 연임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아울러 제재와 맞물려 중단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 절차를 이번주에 재개하기로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차기 은행장을 뽑겠다는 것은 차기 회장을 선출할 일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법적 소송으로 가더라도 손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금융 당국의 중징계 결정 효력을 중지하는 내용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줘야 한다.

법원이 기각하면 그대로 손 회장의 연임은 무산된다.

금융 당국이 만에 하나 효력이 발생하는 통보 시점을 조절해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초 정례회의를 열어 기관 제재와 과태료에 대한 의결을 마치고 금융감독원이 손 회장의 중징계 결정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제재의 효력이 개시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주총(3월 24일) 즈음해서 제재 사실을 통보하면 손 회장 측이 법적 대응을 할 시간이 없게 된다.

통상 가처분 신청 후 법원 결정까지 3∼7일이 걸린다.

금융위가 제재와 관련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감원이 통보를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