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
일본 작년 12월 불화수소 한국 수출, 전월 대비 838배로 급증(종합)
작년 7월 이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반도체 핵심 소재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량이 작년 12월 들어 급증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30일 발표한 2019년 12월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제로 쓰이는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량은 약 794t으로, 전월(11월)과 비교해 약 83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만 전년 같은 기간인 2018년 12월(2천946t)과 비교해선 여전히 73.1% 감소한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을 둘러싼 사실상의 경제 보복 조치로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한국 산업을 견인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방식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7월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불화수소 물량이 전월보다 83.7% 급감한 479t에 그친 데 이어 8월에는 일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 물량과 금액이 모두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9월에는 0.1t, 10월에는 0.896t, 11월에는 0.947t으로 미미한 수출물량을 기록했다.

일본 작년 12월 불화수소 한국 수출, 전월 대비 838배로 급증(종합)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양국 통상당국 간의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와 그 후 중국 청두(成都)에서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의 양국 정상 회담 등을 계기로 대화를 통한 현안 해결 원칙에 공감하면서 수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청두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작년 12월 20일에는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 같은 맥락에서 작년 12월 한국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이 급증한 것은 일본 정부가 수출허가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품목별로 제한적인 수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일본 업체들이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급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뒤 한국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매년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불화수소 등 주요 3개 품목을 포함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20개 품목을 1년 이내에, 80개 품목을 5년 이내에 국산화하거나 일본 외 지역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산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후유증으로 한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1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강화된 후 소재, 부품, 제조장치 부문의 '일본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한국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0일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한 듀폰의 발표를 전하면서 "듀폰과 같은 움직임이 늘어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