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는 최고경영자(CEO) 인사다. 오는 3월 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4월 말 임기를 마치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3월27일로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조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면서 '법정 구속이 되지 않는 한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선고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속은 면했지만 채용 비리 혐의가 유죄로 결론나면서 조 회장은 향후 경영 활동에 부담을 안게 됐다. 조 회장이 "재판 결과가 아쉽다.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겠다"라고 항소 의지를 드러낸 이유다.

조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일류 신한'을 내세웠다. 업계 1위를 넘어 '일류'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다. 조 회장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전략적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성장기업을 키우고 30%(지난해 3분기 말 기준)에 머무는 비은행 사업의 순이익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종합금융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31일로 임기를 마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한 만큼 3월 주주총회 승인만 거치면 곧장 차기 회장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이 지연되면서 연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손 회장은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까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종 결과는 오는 30일께 나올 예정이다. 중징계가 내려지면 손 회장의 회장직 연임은 불투명해진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급 이상 인사는 3~5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한다는 금감원 취업 제한 규정 때문이다.

중징계가 주주총회 이전에 확정되면 손 회장의 연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결과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3월 주주총회 이전 징계 확정은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손 회장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비판 여론과 재판 리스크는 부담으로 남게 된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임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지주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를 분리하기로 결정한 만큼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기 우리은행장으로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과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23일 은행장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했는데, 금감원 제재심 결정이 미뤄지면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도 이달 말 공개된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의 임기는 각각 3월 말, 4월 말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한경DB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의 임기는 각각 3월 말, 4월 말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한경DB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이 높다. 김 회장은 오는 4월 말 임기가 끝나는 데, 오는 31일 열리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고 중앙회 인사가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만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이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인 만큼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 농협금융은 김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전년 대비 41.8% 증가한 1조21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1조393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연간 1조5000억원 순이익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3월 말 임기가 끝난다. BNK금융은 지난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김 회장 등이 포함된 후보군 목록을 작성했다. 임추위는 다음 달 초 최종 후보를 결정해 이사회에 추전할 계획이다. BNK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 연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역대 회장들 모두 한 차례씩 연임한 만큼 김 회장의 연임도 무난하게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임명을 '낙하산 인사'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여당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설 연휴 직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최고 경영자 인사 키워드는 변화보다 안정"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만큼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재신임하는 경향이 뚜렷하고,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