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그룹은 1856년 창업 이후 동일한 가문(발렌베리 가문)이 5대째 경영을 잇고 있다. 공익법인 덕분에 가능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공익법인(발렌베리재단)을 두고, 재단 이사장 자리를 가문 사람에게 물려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스웨덴은 공익재단에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발렌베리 가문은 별다른 세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었다. 대신 재단은 각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80% 이상을 과학 연구와 교육 등 공익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원하고, 기업은 경영성과의 대부분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윈윈’ 구조다. 독일 보쉬와 덴마크 레고 등도 공익법인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은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한때 ‘스웨덴처럼 공익법인을 활용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공익법인을 통한 경영승계를 막는 규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부는 현재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주식을 5% 미만 취득할 때만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준다. 공익법인에 경영권을 넘기려면 5%가 넘는 지분엔 최고세율 60%(최대주주 지분 상속 시 할증률 포함)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2016년까지는 외부 감사를 받고 결산 공시를 하는 ‘성실공익법인’에는 최대 10%를 면세해줬지만, 2017년부터는 대기업과 특수관계가 있는 공익법인에 대해선 5%로 낮췄다.

2018년에는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제도 내놨다. 공익법인이 법에서 정한 세금을 다 내고 계열사 지분을 많이 매입해도 의결권은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규제”라며 “규제가 세다는 미국도 공익법인 의결권을 20%까지는 보장해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무도 늘렸다. 올해부터 성실공익법인뿐 아니라 일반공익법인(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에도 자산가액의 1%를 공익 목적으로 의무 지출하도록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