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안터마을 앞 빙어 낚시 못 해 겨울 소득원 끊겨
"수온 높아 빙어 자취 감춰…어획량 예년 10% 수준"

"하루에 100∼150㎏은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물 다 들어내 봐야 1∼2㎏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작업할 마음이 들지 않아요"
10일 오전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어민 손승우(50)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르포] 얼지 않는 대청호 빙어 어획량 급감…어민들 발 동동
어선을 타고 인포리와 장계리 일대 대청호 물살을 갈랐지만, 살얼음이라도 언 곳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연안에는 지난 여름 생성된 녹조가 며칠 전 내린 많은 비로 떠내려온 폐기물들과 함께 그대로 남아있었다.

1월 중순에 가까운 한겨울이지만,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없었다.

이날 오후 옥천의 수은주는 영상 6.4도까지 올라갔다.

사흘 전 손씨가 설치해 놓은 빙어 전용 그물을 들어 올렸지만,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빙어를 잡는 그물은 길이 5m가량의 원통 모양 그물이다.

그물 끝부분에 빙어 30마리가량이 걸려있었다.

무게로 치면 300g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예년 같으면 그물 1개를 들어 올리면 30∼50㎏의 빙어가 올라왔었다고 손씨는 설명했다.

1시간여에 걸쳐 6개의 그물을 건졌지만, 잡힌 빙어는 1㎏도 되지 않았다.

[르포] 얼지 않는 대청호 빙어 어획량 급감…어민들 발 동동
손씨는 "온난화가 심해져서 겨울에도 호수가 얼지 않고 냉수성 어종인 빙어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 추워야 빙어가 잘 번식하는데 기후가 변하면서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겨울 빙어 어획량이 예년의 10% 수준으로 줄어 어민 소득도 많이 감소했다"며 "온난화 때문에 기후가 변한 것인데 무슨 방법이 있겠냐"며 푸념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대청호 주요 수역의 수온은 추동(대전) 8.6도, 문의(청주)·회남(보은) 8.9도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표층·중층·하층 수온의 평균값을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표층 수온은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층 수온은 0도, 평균 수온은 4도 수준이 돼야 대청호 결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포] 얼지 않는 대청호 빙어 어획량 급감…어민들 발 동동
중부권 최대 빙어 낚시터로 알려진 동이면 안터마을 앞 대청호도 결빙은 없었다.

이곳은 해마다 이맘때면 호수 전체가 거대한 얼음판으로 변해 행락객들을 끌어모았다.

주말이면 인근 대전·청주뿐만 아니라 남부지역에서도 수만 명이 찾았었다.

유관수 동이면 안터마을 이장 "6∼7년 전에는 옥천IC부터 안터마을까지 3㎞ 거리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았다"며 "강원도 가는 것보다 남부지역에서 찾기가 쉬워서 대청호만 한 명소가 없었는데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수가 얼면 '겨울문화축제'를 열어 썰매 타기, 빙어 낚시 체험을 해서 마을에 활기 있었는데,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며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겨울철 농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포] 얼지 않는 대청호 빙어 어획량 급감…어민들 발 동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