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사이 전운이 감돌자 국내 산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조선·해운, 항공 등 관련 업계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폭격해 이란 군부 거물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이후 양국 갈등이 고조되며 6일 금융시장과 국제유가 등에 불안감이 반영됐다. 국제유가는 폭격이 이뤄진 2일(현지시간) 이후 지속 상승세다. 이날 오전 기준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0.82) 오른 63.86달러를 기록했다. 3월물 브렌트유도 1.65달러(1.13%) 오른 69.73달러를 기록했다.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도 3일 기준 전날보다 배럴당 2.1달러 오른 67.69달러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이란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이란이 미국 위협 카드로 애용한 호르무즈해협 무력봉쇄가 현실화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우호국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두 가지다.세계 수요 3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대부분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세계 각지로 운송된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호르무즈해협은 걸프만이 가장 좁아지는 구역인데다, 이란의 영해에 해당하기에 언제든 봉쇄가 이뤄질 수 있다.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적 재앙"이라며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 수급 자체가 좌우되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삼는 석유화학업계, 원유·가스를 옮기는 유조선과 가스선을 수주하는 조선·해운업계, 유류비 지출이 큰 항공업계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산업계 위기감이 높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정유업계 관계자를 모아 대책회의를 열고 기존 비상대응 체계에 따라 △비축유 방출 △석유 수요 절감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정부의 비축유는 9650만 배럴, 민간 비축유와 재고를 합하면 2억 배럴이 있다.산업부는 "이번 사태로 공급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미국·이란 사태를 논의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로 6일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고 원/달러 환율과 유가는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했다.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39포인트(0.98%) 내린 2,155.07에 장을 마감했다.지수는 전장보다 21.49포인트(0.99%) 내린 2,154.97로 출발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코스닥시장에 미친 충격은 더 컸다.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62포인트(2.18%) 급락한 655.31로 거래를 마쳤다.지수는 9.85포인트(1.47%) 내린 660.08로 개장해 낙폭을 키웠다.이런 주가 하락은 중동발 리스크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0원 오른 달러당 1,172.1원에 마감했다.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원 오른 1,168.1원에 거래를 시작해 한때 1,166.5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3년물을 제외한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이날 서울 채권 시장에서 5년물은 연 1.345%로 1.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1.4bp 하락했다.30년물은 1.567%로 1.9bp 내렸다.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도 급등했다.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 현물 1g 가격은 전일 대비 2.71% 오른 5만9천420원에 마감했다.이는 지난해 9월 5일(5만9천870원)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금값은 6만1천300원(작년 8월 13일 기준)까지 치솟았다.한편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70%(1.85달러) 오른 70.45달러에 시세가 형성됐다.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2.27%(1.43달러) 오른 64.48달러에 거래됐다.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하단을 끌어내리거나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의 하락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앞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을 받고 사망했으며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선언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연합뉴스
대(對) 이란 현안·국내 금융시장 상황 점검7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소집…금융시장 영향·대응책 논의정부는 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와 관련한 상황을 점검한다.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에 홍 부총리 주재로 대(對)이란 현안과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비공개회의가 열린다.미국이 이란군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면서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자, 국내 산업계가 도미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금융시장에선 이와 관련한 불안감이 급속히 퍼지는 양상이다.이날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다.7일에는 이란 사태와 관련한 금융·외환시장 점검을 위해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기로 했다.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오전 8시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회의에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이 참석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