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새로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이 낙점됐다.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우리은행 등과 회계감사를 연결하기 위해 정부에 “감사인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까지 3개 금융그룹의 감사인이 모두 물갈이되면서, 장기간 고착화했던 금융권의 회계감사시장이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새 감사인 '삼일' 낙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중순 삼일회계법인과 ‘2020년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상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감사인 지정을 신청해 삼일회계법인으로 지정받은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신(新)외부감사법’ 시행이 맞물리며 발생한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킨 우리금융지주는 신규 상장으로 감사인을 지정받았다. 기존 우리은행과 동일한 딜로이트안진이 지정 감사인이었다. 그런데 신외감법에 따라 감사인을 6년 자유선임하면 3년간 정부로부터 지정받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자회사의 감사인 교체 주기가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할 처지가 됐다. 자회사와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는 차라리 정부에 감사인 지정을 요청해 한꺼번에 감사인을 교체해 일치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지주 내 다른 자회사들도 조만간 삼일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교체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올해 삼일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으면 17년 만에 감사인이 교체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2004년부터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왔다.

이로써 올해 3개 금융그룹의 감사인이 모두 물갈이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적용으로 KB금융지주는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12년 만에 감사인을 삼일에서 삼정KPMG로 교체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2년 후 18년 만에 삼정KPMG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바뀌었다. 하나금융지주와 NH농협지주는 각각 EY한영, 딜로이트안진으로 감사인이 유지되지만 내년 이후 순차적으로 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업계는 금융그룹의 감사인 교체에 따라 주거래은행 변경, 자회사 용역 변경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 작업이 까다로운 금융업의 특성상 연말 감사시즌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