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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이 한국-베트남 음식문화축제에서 복숭아 막걸리를 선보였다. (사진 = 국순당)
국순당이 한국-베트남 음식문화축제에서 복숭아 막걸리를 선보였다. (사진 = 국순당)
#. 중국 북경의 한 마라룽샤 전문점.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매콤한 마라향기가 코를 찌른다. 20대 중국인 세 명이 마라룽샤 中(중)자를 주문하며 국순당 막걸리 복숭아맛 1병도 시킨다.
김성준 국순당 해외사업팀장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국순당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닭발을 먹을 때 쿨피스를 먹는다는 점에 착안, 중국에 막걸리를 매운 맛과 즐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내 마라 열풍에 국순당 복숭아 등 과일맛 막걸리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선 한족들이 마라룽샤를 먹으면서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일 막걸리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을 달래주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도 매운 음식과 막걸리는 '단짝'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FHC(국제식음료 및 케이터링 설비 전시회)'에선 국순당 청포도맛·복숭아맛 막걸리를 마라탕·훠궈와 먹는 트렌드가 소개됐다.

국순당은 중국에서 'When you feel hot Makgeolli(막걸리)?' 라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HOT은 △매울 때 △더울 때 △화날 때 △사랑할 때와 같이 4가지 콘셉트로 정했다.

김 팀장은 "막걸리를 처음 보는 사람에겐 생일날 칵테일 대신 마시는 건지, 노동할 때 먹는 건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콘셉트를 명확히 정했다"며 "마라 전문점 등 관련 음식을 파는 전문점에 과일 막걸리를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국순당 막걸리는 온라인 매출도 확대하고 있다. 티몰과 징동닷컴을 통해 2014년부터 캔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중국 온라인 매출은 한 번도 감소한 적 없이 매년 성장해 왔다"며 "현재 해외 시장에선 미국의 비중이 가장 많지만, 5년 정도가 지나면 중국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준 국순당 해외사업팀장은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식의 고급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성준 국순당 해외사업팀장은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식의 고급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변성현 기자)
◆ '생막걸리' 미국 수출…10년간 1200만병 판매

현재 국순당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15% 정도다. 미국은 해외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국순당 막걸리는 미국 수출 10년 만에 총 12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254만명(올해 기준)에 달하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상대로 생막걸리를 앞세운 효과가 컸다. 미국 진출은 경쟁사보다 늦었지만, 생막걸리를 선보인 2009년부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국순당 2009년 국내 최초로 '막걸리 발효제어기술'을 적용해 국순당 생막걸리를 출시한 후 미국에도 수출을 진행했다. 발효제어기술은 생막걸리에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도 차단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 덕에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3개월로 길어졌다. 다른 회사의 생막걸리의 유통 기한은 1주일 정도다.

김 팀장은 "발효제어기술로 유통기한을 늘린 덕분에 미국 생막걸리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며 "한국인들은 청량감이 있고 톡 쏘는 생막걸리를 좋아한다는 점이 국순당 생막걸리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생막걸리로만 미국 시장을 확대한 것은 아니다. 막걸리를 즐기는 현지인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현지인에겐 '과일 막걸리'로 승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16년 국순당 쌀 바나나를 해외 17개국에 수출하면서 6개월 만에 50만병을 팔았다. 바나나 외에 복숭아 유자 라임 막걸리도 선보였다. 현재 유자는 단종된 상태이며, 청포도 막걸리가 추가됐다.

김 팀장은 "매년 와인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데 최근 히스패닉이 막걸리와 핫소스를 바른 나초를 곁들여 먹는 것을 봤다"며 "흑인과 히스패닉 등을 중심으로 막걸리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마트에서 국순당 생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 = 국순당)
미국 현지 마트에서 국순당 생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 = 국순당)
◆ 베트남, 한류 타고 막걸리 관심 ↑…지난해 55% 성장

국순당은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선 막걸리에 대한 효능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엔 유산균을 강조하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엔 미백 효과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동남아에선 얼굴 하얀 사람이 미남·미녀로 꼽는다는 점을 감안, 미백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SK2 에센스에 들어있는 피테라 성분이 쌀이라는 점에서, 막걸리에도 쌀이 들어있다며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의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다. 김 팀장은 "베트남의 경우 박항서 감독의 효과와 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관심을 갖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며 "더불어 쌀로 만든 베트남 전통 술이 있어 막걸리에 이질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국순당 막걸리 중 생막걸리 비중은 80%에 달한다. 그는 "교민수 대비 생막걸리 음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 베트남으로, 현지인들이 생막걸리를 많이 즐기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베트남인의 평균 월급이 30만원 정도인데 국순당 막걸리는 8000원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페이스북 가입자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전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로컬마켓 입점을 확대, 대형마트 편의점 등 10여곳 680개 매장에 입점한 상태다. 베트남은 국순당에게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은 55% 성장했고, 올해도 10월말까지 기준으로 작년보다 5% 증가했다.
프랑스 파리의 백세주마을에서 현지인들이 막걸리를 즐기고 있다. (사진 = 국순당)
프랑스 파리의 백세주마을에서 현지인들이 막걸리를 즐기고 있다. (사진 = 국순당)
◆ 비빔밥에 생막걸리 즐기는 파리지앵

2011년부터 진출한 유럽은 최근 6~7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초기 2만달러(약 2328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현재 20만불(약 2억3280만원)로 10배 가량 커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술 전문주점인 '백세주마을'을 직접 운영하며 한식과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전체 손님의 90%가 프랑스인이다. 매운 맛을 줄인 비빔밥과 막걸리를 사기 잔에 담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김 팀장은 "막걸리에 생소한 프랑스지만, 막걸리와 곁들여 내면 '막걸리는 한식과 같이 즐기는 음식'이라는 점이 각인이 된다"며 "건강한 나물류와 쌀로 만든 막걸리를 먹으면 건강하고 몸에 좋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엔 생막걸리를 제공하며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 네덜란드는 살균 막걸리를 공급하고 있다. 그는 "스위스 융프라우에 가면 신라면을 수입하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우리 막걸리도 들여놓고 있다"며 "독일은 최근 K팝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면서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체코를 비롯해 네덜란드 등에서도 국순당 막걸리가 판매되고 있다.

◆ "한식 고급화 뒷받침돼야 막걸리도 성장"

막걸리가 독일 맥주, 프랑스 와인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잡기 위해선 '한식의 고급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국내에서도 와인이 확산되기 전 치즈가 먼저 퍼졌고, 사케도 사시미(회)가 일본에서 넘어오면서 발전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한식의 세계화가 이뤄져야 막걸리도 같이 인기를 끌 수 있다"며 "떡볶이 치맥 등이 한식으로 유행을 하는데, 막걸리엔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우리는 설렁탕 순대 떡볶이 집에 막걸리가 있기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식당은 고급스러움을 앞세워, 비싼 스시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사케도 같이 고급스러워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막걸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국민의 사랑이 바탕이 돼야 세계인이 즐기는 술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4~5년 전에 신촌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어떤 술을 마시는 지' 조사를 해봤는데, 겨우 5명이 막걸리를 마신다고 답했다"며 "국내 5성급 호텔에도 한식당이 없어지고 있고, 한국 사람들도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데 해외에 어떻게 한국의 술로 성공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선 막걸리도 사케나 바이주처럼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주는 200ml 포켓사이즈로 출시됐다. 라벨엔 메신저 위챗을 통해 사람들이 제보한 사연이 담긴다. "친구야 우리 우정 변치말자" 등 사람들이 직접 보낸 문구가 라벨로 각각 새겨진다는 게 특징이다. 일본에선 용량을 줄이고 만화 그림을 넣은 스파클링 사케가 등장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의 젊은이들도 자국 술보다는 와인이나 맥주를 많이 마신다"며 "사케와 바이주 모두 전통성에선 어긋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변화해야 젊은 층이 나중에 나이들어서 먹어 줄 거라는 생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준 국순당 해외사업팀장은 매운맛과 즐기는 과일막걸리를 앞세우는 마케팅을 중국에서 전개하고 있다.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성준 국순당 해외사업팀장은 매운맛과 즐기는 과일막걸리를 앞세우는 마케팅을 중국에서 전개하고 있다. (사진 = 변성현 기자)
◆ 내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저변 확대

국순당은 해외 55개국가에 막걸리를 수출하고 있지만, 진출 국가를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내년엔 인도네시아 확장도 노리고 있다. 김 팀장은 "인도네시아는 종교적인 이유로 주류에 엄격한 편"이라며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해 서류작업만 5년을 준비했고, 내년 1월 중엔 라이센스를 받으면서 무난하게 수출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 현지의 BTS 열풍을 직접 확인하며, 막걸리도 확산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최근 LA 갔을 때 한인들이 모여사는 지역의 쇼핑몰 한국 레코드 가게에 백인들이 BTS앨범을 사려고 줄을 서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며 "미국에서 막걸리로 백인을 공략하는 게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한식을 즐기는 현지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팀장은 "3~4년 전 LA북창동순두부엔 손님의 60~70%가 한국인이었는데 최근엔 절반 이상이 미국계 중국인 히스패닉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한식이 확산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 만큼, 미국에서 성장세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순당의 수출 실적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09년 212만달러(약 24억6768만원) 정도였던 수출 금액은 지난해 643만달러(약 74억8452만원)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는 "아직 국순당은 해외 시장에선 작은 점도 안 찍었다는 생각"이라며 "백세주마을도 뉴욕·LA와 중국 상해 쪽으로 확대하면서 한식의 고급화와 더불어 막걸리의 확산을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