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보임 대표이사 이상급 30명 중 24명 1960년대生 세대교체
임원 승진폭 작년 인사때보다 40% 감소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로 '오너 리스크'를 벗어던진 롯데가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10월 말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죈 데 이어 계열사 대표 22명을 교체하는 처방으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모양새다.

19일 단행된 롯데그룹의 인사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재정비와 성과주의에 따른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호텔롯데 상장은 한일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롯데를 괴롭혀온 '일본 기업' 꼬리표를 뗄 기회기도 하다.

롯데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 계열사가 장악하고 있는 구조여서 '일본 기업' 논란에 늘 시달려왔다.

그러나 2016년 6월 검찰 수사로 상장이 무산되고 이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면세사업부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재추진 기회를 잡지 못하자 롯데는 우선 쇼핑과 식품 계열사를 묶어 지주회사를 먼저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3년간의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버린 만큼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호텔·서비스 BU장이었던 송용덕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선임되고,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에 임명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풀이된다.

송 부회장은 2016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 사장은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앞으로 황각규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등을 담당하고 송 부회장은 인사와 노무, 경영개선 등 그룹 내부의 일을 챙기게 된다.

또 송 부회장과 이 사장은 앞으로 호텔 롯데 상장을 위한 초석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재 발탁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 대표 상당수가 교체됐고, 그 자리는 대부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과를 냈던 50대 중반의 젊은 임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번에 승진·보임된 대표이사 이상급 임원 30명 가운데 1960년대 이후 출생자가 24명이나 됐다.

특히 이커머스의 성장세에 위상이 흔들린 유통계열사 12곳 중 8곳의 대표가 갈렸다.

반면 실적이 좋은 롯데홈쇼핑은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고 전무급인 상품본부장이 백화점 대표로 발탁되는 등 인사 태풍을 피해갔다.

통상 사장급이 맡아온 백화점 대표에 전무급 인사가 선임된 점도 이례적이다.

승진 폭도 크게 줄었다.

이번에 승진한 임원 수는 170명으로 지난해 말 인사때 보다 40%가량 줄었다.

이 가운데 새로 발탁된 임원도 64명으로 지난 인사보다는 41.8% 감소했다.

롯데는 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오던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 부문을 롯데쇼핑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는데, 이는 더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해 그룹의 주요 성장 축 가운데 하나인 롯데쇼핑의 위기를 타개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규모 쇄신 인사로 위기 돌파…호텔롯데 상장 속도낼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