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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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男·37세)는 회비 관리를 위한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방문했지만 개설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주거래은행이라 쉽게 개설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분증만 챙겨간 점이 문제였다. 은행에선 통장 개설에 필요한 서류인 회칙, 회원 명부 등이 없으면 출금 한도가 100만원인 한도제한 계좌밖에 개설하지 못했다.

오전 반차를 낸 것을 후회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A씨에게 직원이 한마디 건넸다. "요새 아는 사람들은 다 카뱅(카카오뱅크)에서 모임통장 만들어요. 어렵게 시간 내지 마시고 그냥 카뱅 쓰세요". A씨는 웃어넘겼지만 경쟁사 상품을 이용하라는 말은 다소 황당했다.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회비관리 통장인 '모임통장'이 대세로 떠올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기능의 활용과 인기 높은 카카오 캐릭터, 극대화 된 사용자 편의성이 시너지를 내면서 은행원들마저 카뱅 모임통장을 선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출시 1년 만에 500만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등장 한 달만에 이용자 수 100만명을 넘어서더니 이듬해 5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용자가 급증한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카뱅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 4명 중 1명은 '이용이 편리해서(25.6%)' 카뱅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카뱅 모임통장은 카카오톡의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하면 쉽게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은 따로 계좌 개설을 할 필요 없이 초대장을 수락하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회비를 납부할 수 있다. 또 회비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회비 관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 또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뱅 모임통장에선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에게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을 이용한 메시지 카드를 전송, 입금을 요청할 수 있다. 회원에게 회비를 요구하기 난감한 총무는 귀여운 캐릭터 덕에 부담스럽지 않게 회비 납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B씨(女·34)는 "동기들과 하는 모임의 회비 관리도 카뱅 모임통장에서 하고 있다"며 "우스갯소리로 카뱅에 가장 많이 가입해 있는 직업군은 은행원들일 것이란 말도 한다"고 말했다.

카뱅 모임통장에 40~50대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카뱅에 따르면 모임통장 이용자 중 40대 이상 비중은 출시 초 24.7%였지만,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31.2%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비중도 6.3%에서 9.5%로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모임통장 서비스 덕에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아지고 신규 계좌 개설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며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가 편리하게 구현된 점이 전 연령대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