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치 30조원보다 대폭 상향…"경기반등 모멘텀 마련"
"투자 활성화는 시장이 해야" "신산업 투자 규제 안 다뤄져" 지적도


내년 경제 정책은 세계 경제 회복 등을 최대한 활용해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의 회복 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민자·공공 등 3대 분야 투자 100조원을 목표로 각종 사업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하고 집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비 활성화, 확장적 재정 운용, 수출 회복 지원에도 박차를 가해 정상 궤도를 벗어난 우리 경제를 하루빨리 본궤도로 돌려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방안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올해 역시 투자 활성화가 최우선 목표였으나 설비·건설 투자가 마이너스였던 점을 들어 실제 정책 목표가 달성돼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보이는 시각이 있다.
기업·민자·공공투자 집행·발굴 '100조' 실현가능할까
◇ '투자 회복'에 올인…"100조원 규모 발굴·집행"

정부는 내년도 경제 정책 목표를 '경기 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로 설정하고 단기 과제로는 '경제 상황 돌파'를 꼽았다.

올해 2%대 성장률 달성조차 아슬아슬해 연말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던 정부는 내년에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의 업턴(upturn) 전망,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합의 등 '기회 요인'을 놓치지 않고 투자 확대로 경기를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올해는 성장률이 2%를 달성해도 잠재성장률보다 궤도상으로 이탈해있는 해로 어려운 한 해였다"고 진단하고 "궤도를 벗어난 저성장 시기는 최단기간 내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소비, 재정, 수출 네 가지 실린더를 통해서 각 영역에서 최대한의 정책효과를 내면서 하루빨리 우리 경제가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투자 목표를 기업·민자·공공 등 3대 분야에서 100조원으로 잡은 점이다.

투자 발굴·집행에 대한 의욕적인 태도가 읽힌다.

이는 작년 말 정부가 올해 경제 목표로 '기업·민간·공공투자 30조원' 목표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70조원이나 확대된 것이다.

먼저 내년에 공공기관 투자를 올해 계획인 55조원보다 늘린 60조원으로 확대 추진한다.

공공주택이나 철도, 고속도로 등 SOC 기반 확충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민자 사업은 내년에 5조2천억원을 집행하고, 10조원 수준을 발굴하기로 했다.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는 내년에 4단계로 10조원을 추진하는 동시에 15조원 목표로 추가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투자 프로젝트란 규제, 행정절차 등으로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거나 행정 절차 지연 사유를 해소하는 것이다.

내년에 추진될 4단계 프로젝트에는 ▲ 울산 석유화학공장(7조원) ▲ 인천 복합쇼핑몰(1.3조원) ▲ 여수 석유화학공장(1.2조원) ▲ 인천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0.2조원) ▲ 포항 이차전지 소재공장(0.2조원)이 포함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100조원 가운데 내년에 실제로 집행되는 금액은 공공기관 60조원, 민자 5조2천억원 등 65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최저 1%대의 신규 설비투자 촉진 금융지원 프로그램(4.5조원 규모)을 신설하는 등 시설자금 등에 10조원 이상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민간 투자 촉진 '세제 3종 세트'를 마련하는 등 금융·세제 지원도 보강했다.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입지 등 투자 지원 체계 혁신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고,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규제 특례를 도입할 방침이다.

투자를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가용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기업·민자·공공투자 집행·발굴 '100조' 실현가능할까
◇ 전문가 "연내 집행 불가·구체성 떨어져" vs "정책 방향 잘 잡아"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도 '투자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기업·민간·공기업에서 21조9천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내고, 도서관·체육관 등 생활 SOC 사업 조기 추진에 8조6천억원의 재정 투자를 서둘러 총 30조원 투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 한해 1~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포함된 화성 국제테마파크(4.6조원), 서울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3.7조원) 등에서 일부 진전을 이뤄내기도 했다.

다수 사업이 내년 또는 내후년 착공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다.

그렇지만 올해 투자와 관련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건설과 설비 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설비투자는 7.7%, 건설 투자는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에 100조원 투자 목표를 제시한 것을 두고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을 공통으로 내놓았다.

목표치만 제시된 기업투자 프로젝트 15조원 추가 발굴이 대표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안에 100조원 투자가 모두 집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대기업 투자는 내년에 다 집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당장 내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활성화를 시장이 하게 놔둬야 하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문제로, 정부가 골라서 하려는 게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 발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없을뿐더러, 실제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신산업 진출 때 (난관을 겪는) 규제 문제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 부분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한 자체는 긍정 평가할 만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한 핵심은 투자다.

정부가 그런 점을 잘 보고 방향성을 잘 잡았다"며 "투자 활성화라는 네이밍은 올드하지만 (내용을 보면) 거기에 목숨을 건 것 같아서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