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모건스탠리·알파인베스트먼트 거쳐 올해 NH투자증권이 인수
대우그룹 총본산 대우센터빌딩의 기구한 운명…주인 4번 바뀌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의 랜드마크였던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의 기구한 운명이 조명받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977년 6월 서울역 앞에 들어선 대우센터빌딩은 이후 주인이 금호그룹, 모건스탠리,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NH투자증권으로 네 차례 바뀌었다.

2003년 10월 발행된 대우건설 30년사는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앞에 우뚝 서 있는 우람하고 웅장한 모습의 빌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 빌딩이 바로 수도 서울과 대우그룹을 상징하던 대우 가족의 총본산이었다"고 적었다.

대우센터빌딩은 대우그룹이 성장하게 된 초석이며 원동력이었고, 대우맨들의 꿈과 요람이며 심장이자 씽크탱크였다.

당시 공사비 200억원이 투입된 대우센터는 지하 2층∼지상 23층 높이에 대지면적 1만583㎡, 연면적 13만2천792㎡로, 서울 최대 규모의 빌딩이었다.

서울의 관문에 우뚝 솟아 있는 23층짜리 갈색 빌딩은 완공된 이후 대우건설, 대우자동차,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 대우전자 등 대우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이 빌딩을 거쳐 갔다.

2014년 나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미생'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모티브로 실제 대우센터빌딩에서 촬영됐다.

아울러 이 빌딩은 한때 한국경제 압축 성장의 상징이었다.

고도성장의 시절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로 대우 세계 경영의 심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우센터빌딩은 대우그룹 해체의 후폭풍으로 2006년 주인이 바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대우건설 소유였던 대우센터빌딩이 함께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총본산 대우센터빌딩의 기구한 운명…주인 4번 바뀌어
대우건설 직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빌딩 인수 후 그룹 행사에서 창업주에 대한 묵념이나 묘소방문 등의 행사에서 엄청난 거부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인수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대우건설 남대문 사옥을 매각한 것에 대해 당시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에 대한 반감이 매우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센터빌딩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지 반년 만인 2007년 7월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9천600억원에 재매각되면서 또다시 얄궂은 운명을 맞이했다.

금호그룹으로부터 대우센터빌딩을 사들인 모건스탠리는 빌딩을 1년 10개월간의 개·보수를 거쳐 2009년 11월 서울스퀘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빌딩 입주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2010년 싱가포르계 알파인베스트먼트에 빌딩을 되팔았다.

서울스퀘어는 알파인베스트먼트 인수 이후 꾸준히 가치를 회복했지만, 지난 3월 NH투자증권이 알파인베스트먼트로부터 서울스퀘어를 9천800억원에 사들이면서 또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다만 2007년부터 외국계 금융사 소유였던 대우센터빌딩은 12년 만에 국내 기관의 수중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 기준 서울스퀘어의 임대율은 98%가량이다.

벤츠, 위워크,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한국 본사가 임차인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SK플래닛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독일대사관·주한유럽대표부 등 외국계 공공기관도 입주해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