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주민 김씨, 납작 복숭아 시험 재배 거쳐 가공식품 개발 착수
충북도 농기원 '청년 4-H 회원 성공 모델' 선정, 3천500만원 지원

당도가 높고 향이 좋아 젊은 층의 미각을 저격하지만, 재배가 어려워 일반 농가는 꺼리는 납작 복숭아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신세대 농부가 있다.

'납작 복숭아'로 새 시장 개척 나선 신세대 농부 김성규씨
충북 괴산군 4-H연합회 김성규(31) 씨는 4년 전 시험 삼아 납작 복숭아 20그루를 심었다.

사과, 복숭아 등 전통적 과일은 물론 익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초당옥수수 등 신세대가 선호하는 작물을 재배해 온라인으로 판매, 다른 농가에 비해 높은 소득을 올려온 김 씨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납작 복숭아가 인기를 끄는 데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재배됐으나 납작한 모양 때문에 꼭지에 물이 고여 썩기 쉬운 이 복숭아는 생산성이 높은 원형 복숭아와의 경쟁에서 밀려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거래되는 물량이 적다 보니 공판장이나 경매시장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납작 복숭아'로 새 시장 개척 나선 신세대 농부 김성규씨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면서 맛본 납작 복숭아의 매력에 빠진 신세대 사이에 점차 마니아가 형성되고 있다.

김씨는 "납작 복숭아는 당도가 16~18브릭스로, 일반 복숭아보다 2~3브릭스 높고 달콤새콤한 향도 강해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복숭아 꼭지에 물이 고이지 않게 일일이 봉지를 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과일"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과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큰 타격을 받은 포도 농가들이 속속 일반 복숭아 재배로 전환한 것도 김씨가 '희귀 과일'이 된 납작 복숭아에 눈을 돌린 이유다.

포도나무를 갈아엎은 농민들은 4~5년 전부터 앞다퉈 복숭아를 심었다.

올해 수확이 본격화되면서 일반 복숭아는 공급 과잉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20%가량 급락했다.

김 씨는 복숭아 공급 과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 재배한 20그루에서 올해 첫 수확에 성공한 김 씨는 내년에 6천㎡의 과수원에 500그루를 심어 본격적인 납작 복숭아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납작 복숭아'로 새 시장 개척 나선 신세대 농부 김성규씨
그는 납작 복숭아의 오프라인 판로가 마땅치 않은 것을 고려해 통조림 방식의 가공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캔이 아닌 파우치로 포장할 생각이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은 3천500만원을 지원하며 청년 농부의 야심 찬 도전을 응원했다.

김 씨는 3일 "가공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춰 납작 복숭아를 생산, 가공하고 그동안 거래해왔던 온라인 판매망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며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성공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