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은 한류 스타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벌이는 기업이다. 한류 스타를 단순히 광고 모델로만 내세우지 않는다. 이들이 출연하는 웹드라마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속적으로 올려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 유튜브 구독자는 57만 명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공식 유튜브 계정 가운데 구독자가 가장 많다.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웹드라마 ‘퀸카메이커’를 제작했다. 조회 수는 방영 3주 만에 1억 건을 넘어섰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 소후 등의 조회 수를 합치면 8300만 건에 달한다. 퀸카메이커는 이준기, 엑소의 찬열과 세훈 등 롯데면세점 모델 6명이 출연한 드라마로 7회에 걸쳐 방송됐다.롯데면세점의 첫 웹드라마는 2016년 선보인 ‘첫 키스만 일곱 번째’였다. 지창욱, 이종석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누적 조회 수 1억 건을 달성했다. 중국에선 첫 키스만 일곱 번째를 패러디한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다.롯데면세점은 ‘냠다른 TV’란 이름으로 유튜브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CJ ENM의 다이아TV와 손을 잡았다. 다이아TV 소속 인플루언서 ‘씬님’(구독자 164만 명), ‘오늘의 하늘’(85만 명), ‘소근커플’(107만 명) 등이 ‘의리냠’이란 이름으로 면세점 소개 영상을 제작했다. 현재까지 조회 수는 4400만 회가 넘는다.지난해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뷰티 유튜버 ‘포니’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포니는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예술부문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명 안에 든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구독자 536만 명에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684만 명에 이른다. 롯데면세점은 포니와 손잡고 메이크업 강의 영상과 제품 홍보 영상을 올리고 있다.롯데면세점은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중국 인플루언서 왕훙을 초청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면세업계 최초로 왕훙 100명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방문해 화장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했다.올해 7월에는 초청 왕훙이 500명으로 늘었다. 500명이 보유한 구독자를 합치면 5000만 명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이벤트를 위해 방송 부스 60개를 설치했다. 왕훙 500명은 5시간 동안 연이어 방송하며 한국 화장품 브랜드 23개를 소개했다.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 홍보를 넘어 궁극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 제품을 아시아 소비자에게 알리면서 기업도 같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롯데면세점은 온·오프라인 마케팅 강화를 통해 내국인 고객의 쇼핑 환경 개선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우선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통합 여행 서비스 '트립플러스'를 도입했다.'트립플러스'는 호텔과 항공, 여행자보험 등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롯데면세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한 시스템이다.이를 통해 호텔 예악 서비스 '아고다'와 액티비티 플랫폼 '클룩'을 사이트 이동 없이 이용할 수 있다.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날부터 QR코드를 스캔하면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롯데면세점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오프라인 매장에서 카카오로 신규 회원 가입을 한 고객이 50달러 이상 구매하면 최대 3만원까지 할인되는 쿠폰도 제공한다./연합뉴스
한국 면세점들은 지난 9월 2조24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한 달 전인 8월의 최대치(2조1846억원)를 경신했다. 올해는 연간 기준 처음 매출 20조원을 넘을 게 확실하다. 외신들은 “한국 면세점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이런 상황과 정반대의 일이 면세점 업계에선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속속 면세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한화에 이어 두산도 내년 4월을 끝으로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했다. 한국 면세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황금알 낳는 거위 배는 누가 갈랐나2015년 서울에는 여섯 곳의 시내면세점이 있었다. 이 숫자는 2016년 9개, 2017년엔 10개로 늘었다. 올 들어선 13곳이 경쟁했다. 이전까지 면세점 숫자를 철저히 통제하던 정부가 대거 추가 허가를 내주면서다.정부가 면세점을 늘려주며 내세운 명분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 제공’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시기다. 정부는 내심 롯데, 신라 두 곳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 판도를 바꾸고 싶어 했다. 특허만 새로 내주면 신규 사업자가 롯데, 신라만큼 잘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연히 ‘면세점 특허’를 ‘면세점 특혜’라고 불렀다. 면세점 사업을 그만큼 ‘쉽게’ 봤다.정부는 2015년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에 특허를 줬다. HDC신라, 한화, SM 등 세 곳이 따냈다. 그해 11월 추가로 신세계와 두산에도 특허를 부여했다. 이듬해인 2016년 12월에는 현대백화점 차례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의 배를 그렇게 갈랐다.사드가 바꿔놓은 판도새 면세점들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2015년 말 HDC신라가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 63빌딩에서 각각 영업을 시작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타면세점 등도 그 뒤를 따랐다.금세 자리를 잡는 듯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쏟아져 들어온 영향이었다. 여행사에 수수료만 쥐여 주면 유커를 태운 버스를 면세점 앞에 세웠다. 유커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쓸어 담았다. 화장품, 미용기기, 밥솥 등이었다. 루이비통, 샤넬 같은 해외 명품 없이도 장사할 만했다.그러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터졌다. 2017년 3월 중순 일이다. 유커가 뚝 끊겼다. 면세점들이 세워놓은 사업계획은 틀어졌다. 유커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 면세점들 ‘실력’은 그렇게 드러났다. 경쟁력 있는 면세점과 그렇지 않은 면세점으로 갈렸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과 럭셔리 브랜드가 있고, 입지가 좋고, 영업 노하우를 쌓은 면세점은 타격이 덜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가 그랬다. 신세계도 그동안 쌓은 명품업체들과의 관계로 어려운 시기를 돌파했다. 나머지 면세점은 대책 없이 매출 급감을 보고 있어야 했다.따이궁은 양날의 칼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국내 면세점을 먹여 살렸다. 매출의 약 70%가 이들로부터 나왔다.보따리상은 과거보다 더 많이 물건을 샀다. 국내 면세점들은 총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계속 냈다. 하지만 실속이 없었다.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들에게 돈을 더 쥐여줘야 했다. 100만원어치를 사면 약 20만원을 돌려주는 식이었다.한화, 두산 등 신규 면세점도 이런 영업을 했다. 두타면세점이 거둔 작년 매출 약 6800억원은 이렇게 나왔다.올 들어선 따이궁 유치마저 쉽지 않아졌다. 따이궁은 점점 기업화됐다. 중국 정부가 따이궁에 세금을 물리고, 통관 절차를 철저히 지킬 것을 주문하자 소규모 따이궁은 확 줄었다. 과거엔 5000여 개 따이궁이 활동했다면 지금은 100곳 정도만 영업한다.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해외 명품 등 브랜드를 갖추고 있고,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서, 기존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이다.판만 벌여놓으면 장사가 될 줄 알았던 면세점 사업. 이 사업이 실은 롯데, 신라, 신세계처럼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 명품업체와 장기간 신뢰를 쌓아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두산과 한화가 보여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