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장중 한때 20% 넘게 급등,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의 주가도 전날보다 두 배 이상 거래량이 폭발, 7%가량 상승 중이다. 8일 오후 2시29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대비 17.51% 오른 62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20.15% 올라 638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하루 거래량은 2100만주를 웃돌고 있는데 이는 이달 초 대비 4~7배에 달한다. 금호산업과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본입찰 서류접수 마감(7일) 이후 1~2주간 심사를 거쳐 이달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 주식매매 계약을 맺고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매각 가능성은 인수전 윤곽이 드러나서 커졌다.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으로 2조5000억원 가까이 써낸 데 반해 경쟁주체인 애경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2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도 함께 넘기는 ‘통매각’ 방식이다. 이에 따라 건설과 면세점·호텔 등 유통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HDC가 항공업에 진출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신성장동력을 다변화하겠다.”(HDC현대산업개발)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애경그룹)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마감된 7일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이 내놓은 포부다.애경그룹은 입찰 마감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주관사의 지침에 맞게 준비를 마치고 입찰을 완료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애경그룹은 “(이번 입찰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산업 등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항공사 간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며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웠다.HDC현대산업개발은 신중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짧은 입장문을 냈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했으며 매각주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HDC와 애경 2파전 구도전략적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해 논란이 됐던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도 이날 본입찰에 응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KCGI가 뱅커스트릿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형식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의 3파전이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애경과 HDC현대산업개발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KCGI가 SI를 구하지 못한 만큼 심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CGI는 대한항공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인 곳이다. 막판에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졌던 SK그룹, GS그룹 등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금호산업·채권단 “연내 매각”시장에선 HDC와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2조원 안팎을 적어냈다고 추정한다. 시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2조원 아래로 인수가액을 적었고, HDC는 2조원에서 2조5000억원 사이를 적었다”고 전했다.이번 매각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도 함께 ‘통매각’하는 게 원칙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모두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채권단은 신주 인수가를 최소 8000억원으로 정했다. 두 곳의 컨소시엄이 적어낸 인수가액을 고려할 때 신주 인수 가격으로 모두 1조원 이상을 적었다는 얘기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는 매각 발표 시점엔 2000억원 안팎이었다가 지금은 3500억원 정도가 됐다. 애경은 구주 가격으로 5000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채권단 관계자는 “구주 매출 금액은 금호산업으로 귀속되고, 신주 매출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어느 인수 후보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유리한 제안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자본과 경험의 대결HDC는 넉넉한 자본, 애경은 항공회사 운영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HDC는 부채비율이 6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수 있는 풍부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HDC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1773억원(2018년 말 기준)에 달한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2013억원)보다 여섯 배 가까이 많다. 여기에 국내 최대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은 만큼 자금 동원력 면에서는 애경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평가다. 파크하얏트서울, HDC신라면세점 등 항공업과 연관된 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에 비해 애경그룹은 항공사 운영 경험이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통한다. 애경은 2006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국내 1위 LCC로 키워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국제선과 국내선 점유율이 현재의 9%, 15%에서 45%, 48%로 각각 높아진다. 진에어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35%, 40%)을 넘어 국내 최대 항공 그룹이 된다.김재후/이상은 기자 hu@hankyung.com
애경·HDC '2强 구도' 속 KCGI '복병'…"SK·GS 등 대기업 입찰 가능성도"금호 "11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내 매각 마무리 목표"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본입찰이 7일 진행된다.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사모펀드 KCGI가 어떤 전략적투자자(SI)를 구했을지, SK와 GS 등 유력 대기업이 '깜짝' 참여할지 등이 변수로 꼽힌다.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과 함께 이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한다.본입찰 서류 마감은 오후 2시로 알려졌다.금호산업은 본입찰 서류를 받으면 1∼2주간 심사를 거쳐 이달 중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달까지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거쳐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를 함께 '통매각' 하는 게 원칙이다.매각 가격에도 관심이 쏠린다.시장에서는 대략 1조5천억∼2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본입찰 참여 기업은 구주·신주 매각가격과 향후 투자·경영계획 등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금호산업은 미리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이를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이며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다.취득이 어려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항공업 진입을 노리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다만, 7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항공기 노후화 등에 따라 추가로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지난 9월 금호산업이 진행한 예비입찰을 통해 크게 3개 컨소시엄이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에 올랐다.3곳은 ▲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이다.애경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저비용항공사(LCC)로 출범한 제주항공을 국내 최대 LCC로 키우며 항공사 경영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애경은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운용자산이 1조원을 넘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으면서 이런 시각이 불식됐다.현대산업개발도 진지하게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현금성 자산만 1조5천억원에 달해 재무구조가 탄탄한 현대산업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승부를 거는 미래에셋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자 업계에서는 "진짜 일을 내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인수 시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등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 KCGI가 어떤 SI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지도 관심사다.KCGI가 인수전 참여를 위해 유력 대기업과 접촉했다는 말도 들린다.예비입찰에는 불참했지만, SK, GS 등 유력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번 본입찰이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하게 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