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조직 만들어야"
지난해 촉발된 ‘미투 운동’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졌다. 과거에 비하면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이란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격차 지수는 149개국 가운데 115위에 불과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선 올해 처음으로 ‘성평등과 인재개발’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 세션이 열렸다. 일선에서 여성 인력 개발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사진),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가 6일 ‘성평등과 인재개발’이라는 주제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기조세션에서 여성 인력 개발과 관련한 경험과 통찰을 공유했다. 좌장으로는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이 나섰다.

발표자들은 여성이 처한 사회적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커리어 개발 플랫폼인 헤이조이스를 창업한 이 대표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서지만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임금은 64%에 불과하다”며 “여성 관리자 비율도 20%에 그쳐 여성 근로자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원장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변화는 가파르지만 성평등과 관련한 인식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 내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의식 확산은 여성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권 원장은 “성평등은 갈등의 도구가 아니라 행복의 도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성평등이 남성과 여성이 대립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의사결정자 사이에 확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초 여성 고졸 임원인 양 전 원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나처럼 유리천장을 깨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성별에 상관없이 노력한 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의식은 기업의 발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전 원장은 “일본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수준까지 내몰렸다”며 “여성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성평등 문화 정립을 위한 롯데그룹의 노력을 사례로 설명해 박수를 받았다. 전 원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공채 비율을 늘리고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을 모두 의무화하는 등 조직 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제도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며 “인식의 변화 없는 다양성은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만큼 조직원 인식까지 변할 수 있는 인사제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장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여성 간부 비율은 2005년 1%에서 올해 15%로, 여성 공채직원 비율은 5%에서 42%로 늘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