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직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는 ‘아이를 많이 낳게 하자’였다. 하지만 여러 수단을 써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고, 저출산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노인 인구비중 증가에 따른 사회 활력 저하, 군 병력 수급 차질, 학생 대비 많은 교사 수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9.3%에서 지난해 14.4%로 뛰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 기조도 바뀌기 시작했다. ‘출산율 높이기’에서 ‘현실에 적응하기’로 정책 수단을 교체하기 시작한 것.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늙어가는 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일을 좀 더 오래 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기재부는 9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에서 일본식 계속고용제도라는 구체적인 정년 연장 방안까지 제시했다. 대책엔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하고 외국국적 동포의 방문취업 비자 업종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국방, 교육 분야 대책도 준비 중이다. 국방 분야에선 입대할 청년이 감소하는 것에 대비해 사회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7년 35만 명이었던 20세 남자 인구는 2022년 이후엔 22만~25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은 모두 보충역으로 빠지는 중·고교 중퇴자도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도록 바꾸고 병역 판정검사 때 현역 판정률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선 학령 인구가 줄어 교사가 남아도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게 발등의 불이다. 교원 수급 계획을 재검토하고 교사 양성 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교대와 사범대, 교대와 지방국립대 간 통폐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