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데 대해 외국기업에 사용을 강제한 중국 정부의 작품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 자동차 시장을 만든 후 수년 전부터 외국 기업들에 CATL의 배터리를 사용토록 압력을 넣음으로써 전기차 강국의 입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CATL은 전기차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할 중국 유일의 기업으로 꼽힌다.

CATL의 전 사업책임자인 장링펑은 2017년 외국 전기차업체와의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장은 당시 다임러의 임원 3명이 본사를 방문해 사업설명을 해줬는데, 한 임원이 "(브리핑은) 관심 없다"면서 "우리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여기 온 것이니 가격이나 말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210만대인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점유했다.

2030년까지 전세계 전기차 판매는 연간 2천300만~4천300만달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다보고 있다.

향후 전기차 구성비는 중국이 57%에 이르고 유럽은 26%, 미국은 8%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 수백만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도 필요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은 中정부 작품
CATL은 부서 조직과 문화, 빠른 기술 개선을 이루기 위한 연구개발 등에서 세계적인 통신업체로 성장한 자국의 화웨이를 모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지적돼 제재를 받고 있지만 CATL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중국은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의 생산지 콩고에서 광산들을 매입해 다른 나라로의 공급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 공화당의 알래스카 상원의원 리사 머코스키는 "주요 광물 공급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상업적이고 안보적인 면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머코스키는 지난 3월 미국이 해외에 의존하는 외국 자원에 대한 미국광물보안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광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나가는 동안 유럽 기업들은 디젤엔진 기술에 집중했고 미국은 전기차의 사업성이 의문시되며 배터리 기술에서 뒤처졌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의 13%를 점유한 미국에서는 한 유망한 배터리 스타트업이 파산해 중국 자동차 부품회사에 인수됐다.

테슬라는 네바다의 초대형공장에 공급할 자체 배터리회사를 파나소닉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제야 11억달러의 공공자금을 들여 몇 개의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있다.

CATL은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이익이 두배로 뛴 3억달러였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오는 2028년까지 연 420만대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능력을 갖춰 한국의 LG화학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삼성SDI, 파나소닉 등보다 훨씬 앞설 전망이다.

CATL은 해외 지사도 설립하고 있다.

오는 2021년 20억달러가 투자되는 독일 공장을 설립해 BMW를 첫 고객으로 맞을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디트로이트에 판매 사무소를 열었다.

미·중 간 정치적인 문제만 없으면 배터리공장의 설립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CATL은 8년 전 자수성가한 거물 로빈 정이 설립했다.

물리학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는 12년 전 홍콩에서 애플에 휴대전화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한 후 매각했으며 최근 후룬(胡潤)의 부호리스트 53위로 오를 때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선전증권거래소 상장 주식의 지분평가액이 58억달러에 이른다.

CATL은 외국 기업들로부터 우수 인재들을 영입했으며, 무엇보다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 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얻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해외 석유 의존도와 오염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중국은 이어 2015년부터는 승인받은 업체의 배터리만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급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보조금을 포기하고 외국 배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중국 관료들로부터 중국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회사들은 당시 다변화해놨던 배터리 회사들과 조달 계약을 끊어야 했다.

중국 정부의 관련 부서는 이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GM은 과거 상하이에 LG화학과 함께 배터리 공장에 투자했고 포드는 파나소닉과 공급계약을 맺고 있었다.

외국 배터리회사에서 중역을 맡았던 관계자는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는데 동업자가 더 작은 업체를 찾아 떠나갈 때는 엄청나게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판매가 어려워진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공장을 수출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자사의 중국 공장이 주로 유럽 고객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래에 중국 판매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