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페이스북 암호화폐인 리브라에 위협을 느껴 자체 암호화폐 구상을 타진한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정책입안자들이 총출동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Fed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Fed가 설계하는 암호화폐는 그간 Fed 안팎에서 기괴한 아이디어로 인식됐다. 하지만 전 세계에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거느리는 페이스북이 결제용 암호화폐인 리브라의 출시를 기획하자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민간 기업이 화폐를 만들어 글로벌 결제체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 Fed가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면서 리브라의 출시가 좌절되더라도 다른 대기업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까닭에 결국 Fed가 자체 암호화폐를 구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Fed에 대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프렌치 힐 공화당 하원의원, 빌 포스터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프렌치 힐 의원은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Fed로서는 준비작업과 분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빌 포스터 의원은 "소비자 결제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같은 방식으로 자연독점이 될 것"이라며 "다른 어떤 민간 업체보다 미국 납세자나 정부가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우회하려는 시도 또한 Fed의 암호화폐 구상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국 통화로 뒷받침되는 암호화폐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지난 8월 제안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카니 총재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그만두기 전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 "공상과학 소설로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을 대표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대다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다수가 구상을 넘어 실험과 개념검증으로까지 진도가 나아갔다고 밝혔다.

Fed이 암호화폐를 구상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