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기 회사인 어거스트텐의 최도연 대표는 전자공학도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20여 년간 정보기술(IT) 분야 연구원으로 잔뼈가 굵었다. 3년 전 이 회사를 창업하기 전까지는 화장품산업 문외한이었다.

그런 최 대표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건 피부 미용 시장에서 전자기술이 활용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화장품업계의 경쟁이 성분보다는 효과적인 피부 흡수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그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최 대표는 “화장품 성분을 전기적으로 분해해 흡수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으면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도연 어거스트텐 대표가 화장품 성분을 이온화하는 마스크팩인 ‘시크릿810’을 설명하고 있다.
최도연 어거스트텐 대표가 화장품 성분을 이온화하는 마스크팩인 ‘시크릿810’을 설명하고 있다.
IT 접목한 마크스팩

어거스트텐이 지난해 선보인 마스크팩 ‘시크릿810’. 첫인상은 흔히 볼 수 있는 마스크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 눈과 입 구멍이 뚫린 얼굴 모양의 흰색 천 위에 옅은 회색으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게 전부다. 얼굴뿐 아니라 목까지 감싸도록 마스크팩 아래 부분이 길게 이어져 있다는 것 정도가 새롭다.

하지만 제작 방식과 사용법은 기존 마스크팩과 완전히 다르다. 팩 내부에 탄소 소재 패턴을 넣었다.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일종의 회로도다. 겉에서 비치는 회색 문양은 이 탄소 패턴이 지나는 자리다. 마스크팩을 붙였을 때 양 볼 위치에는 작은 원형 전자기기인 ‘이온자이머’를 부착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화장품 성분을 쪼개 이온화하도록 전류를 내보내는 기기다. 최 대표는 “마스크팩 볼 부분에 전자장치가 있어 자석처럼 전자기기를 붙였다 뗄 수 있는 구조”라며 “전자기기는 휴대폰처럼 충전식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한 번 충전하면 300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할 때는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인 다음 양 볼에 이온자이머를 부착하면 된다. 마스크팩 안에 내장된 탄소 회로를 통해 저주파 자극으로 마사지할 수 있다. 어거스트텐의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저주파 마사지 강도와 이온화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마스크팩을 활용하는 동안 앱을 통해 잔잔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화장품 성분의 이온화가 극대화되는 시간인 30분이 지나면 앱이 마스크팩 사용을 중단해도 된다고 알려준다.

어거스트텐 '시크릿810'…"IoT 기술로 마스크팩 흡수율 20배 높였죠"
“미용 IoT 기업으로 성장할 것”

마스크팩 성분을 전기로 분해해 이온화하는 이유는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어떤 원리로 흡수력을 높일 수 있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500돌턴의 법칙’을 아냐”고 물었다. 돌턴은 원자 질량을 표현하는 단위다. 500돌턴 이하의 성분만 피부에 쉽게 흡수된다는 게 ‘500돌턴의 법칙’이다.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등은 모두 500돌턴 이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최 대표는 “콜라겐 등 피부에 좋은 대부분 성분은 500돌턴을 훌쩍 초과한다”며 “이런 성분을 전기자극으로 쪼개면 피부 흡수율을 최소 5배에서 2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달에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립스틱 크기의 피부진단기를 마스크팩과 세트로 구성해 소비자가 집에서 피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피부 유수분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색소침착 정도 등 36가지 피부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기다. 피부진단기는 기존 어거스트텐 앱과 연동해 피부 상태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 대표는 “그간 화장품을 생물학이나 화학 관점으로 접근해왔지만, 어거스트텐은 전기전자학 관점에서 접근해 새로운 피부미용법을 찾았다”며 “미용 분야의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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