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부여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보완책은 필요"

사모펀드 시장이 2015년 규제 완화 이후 4년 만에 갑절로 커졌을 만큼 고속 성장한 가운데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에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현행 정책 기조는 대체로 유지하되 시장의 질적 도약을 위해 불완전판매 예방 등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년 만에 갑절로 커진 사모펀드, 제도 보완 요구 대두

◇ 공모펀드의 1.7배 된 사모 시장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사모펀드 설정액은 394조9천579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들어서만 61조7천억원이 늘었다.

최근의 성장 속도가 지속된다면 연내 40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모펀드는 2015년 규제 완화를 계기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당시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의 설립은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운용사 진입요건은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뀌었다.

올해 9월 말 현재 사모펀드 설정액은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시작한 2015년 10월 말(197조2천655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약 4년 만에 사모펀드 시장이 갑절로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설정액은 233조2천159억원에서 236조675억원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결국 현재 사모펀드 설정액은 공모펀드의 1.7배에 육박한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히 돈을 굴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비교적 고수익을 제시하자 시중 자금이 대거 유입된 측면도 컸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를 둔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이나 공시 등의 규제를 덜 받는 만큼 과감하게 돈을 굴려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측면이 있는 반면 투자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게다가 사모펀드 시장의 고속 성장 이면에는 상품 운용을 무리하게 해온 운용사, 수수료만 챙기고 소비자 보호에는 무책임한 판매사 등 여러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연이은 금융사고에 사후 처벌 강화 등 목소리 커져
최근 사모펀드인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를 둘러싼 금융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시장과 제도 전반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면서 "(제도 전반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시장의 발전을 위해 최소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사후 처벌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생긴 케이스는 엄격하게 처리해 '아 이러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불완전판매가 있는 부분은 처벌이나 재발 방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위험 사모펀드도 은행 등을 통해 일부 중산층에게까지 팔리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해당 상품의 은행 판매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최근 낸 성명에서 DLF 손실 사태를 지목하면서 "안정추구형 금융소비자에게 위험한 파생상품을 사실상 사기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은행을 통한 고위험 상품의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이처럼 보완책 요구는 확산되고 있지만, 사모펀드에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 기조는 이어져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성태윤 교수는 "사모펀드 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를 가하면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위원도 "저성장 기조를 완화하려면 사모펀드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기능은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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