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513% 관세는 유지·개도국 지위와 별개…미래 불확실성이 농업계 부담
농업계 "먼저 포기 안 된다" 반발…공익형 직불제·소비 촉진이 '열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7월 26일(미국 현지시간) 일부 국가를 겨냥해 '부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지위를 손볼 것을 요구한 시한이 앞으로 열흘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WTO(세계무역기구)가 90일 이내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한이 이달 23일까지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과 함께, 우리 산업의 '약한 고리'인 농업이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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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도국 실익 많지만…美 제시 기준에 모두 걸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이 아닌'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 차지하는 국가 등 네 가지다.

여기에 한 가지 이상이라도 해당하는 국가는 중국, 인도 등 33개국에 달하지만, 4가지 기준에 모두에 들어맞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앞으로 계속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쉽사리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 어려운 주요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누려온 상당한 실익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과거 개도국 대우를 적용한 이행계획서를 WTO에 회람하고 검증을 받아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개도국은 관세 감축과 국내 보조에서 선진국 의무의 3분의 2만 이행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89∼1991년 보조금 총액의 13.3%를 10년간 감축해 연간 총 1조4천900억원 규모의 농업 보조금이 허용돼 있다.

농식품부는 "1995년 WTO 국내 이행계획서에 따라 관세와 국내 보조금을 2004년까지 10년간 감축한 현재의 관세·보조금 수준에는 영향이 없다"며 "이 관세와 보조금은 차기 WTO 협상 시까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현행 관세·보조금에는 영향이 없고, 차기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 재개될 WTO 농업 협상에서는 현재 수준의 관세와 보조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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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피해 규모도 예측 어려워…불확실성이 복병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는 부분은 이번 개도국 지위 이슈의 향배가 언제, 어떻게 열릴지 모르는 미래의 WTO 농업 협상에 달렸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협상은 개도국 우대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대립 등으로 차기 협상의 개시 여부와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로서는 미래에 우리 농업에 닥칠 파고를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FTA(자유무역협정)처럼 피해 보전 대책을 내놓으려니 아직 구체적 영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차기 협상에 따라) 보조금과 관세가 감축되는 것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몰라 그 과정에서 우리 농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아 들여다보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차기 농업 협상이 진행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기 농업 협상이 '선진국 대 개도국'의 프레임으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농식품부는 관계자도 "수산보조금의 경우 과거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나눴지만, 지금은 세계 교역량에서 각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따진다"고 설명했다.

◇ 쌀 관세 513%는 유지…막바지 협상 중
우리의 주식인 쌀도 관심거리다.

우리나라는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40만9천t의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물리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제도를 도입했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중국·호주·태국·베트남 등 5개국이 우리의 관세율 선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해 협상이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관세율 검증과 개도국 지위 이슈는 서로 관련이 없다"며 "두 가지는 별개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협정문 조문을 미세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쌀은 미국 등 5개국과 합의를 거의 다 해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쌀은 앞으로도 현 관세율 513%가 유지돼 당장 수입 밥쌀이 우리 식탁에 더 많이 몰려오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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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계 "개도국 사전 포기 안 된다"…공익형 직불제로 돌파 가능할까
개도국 이슈를 둘러싼 농민단체의 불안감은 크다.

농협 농정통상위원회(이하 위원회) 조합장들은 앞서 7일 성명을 내고 농업 부문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농업 부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지금 당장은 피해가 없더라도 차기 무역 협상이 진전돼 타결되면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세계 농업 강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맺은 FTA의 파고 속에서 힘겹게 버텨온 우리 농업이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민 입장에서는 개도국 지위로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것이 없어진다니 불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 직불제가 개도국 지위 이슈를 돌파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더라도 공익형 직불금은 감축 대상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제는 허용되는 보조이기 때문에 전체 보조금 규모가 현행 1조4천900억원에서 줄어들더라도 영향이 없다.

이것 때문에 직불제 개편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부담 자체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을 고르도록 하는 소비 진작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주요 채소 가격이 폭락을 거듭했던 것을 고려할 때 든든한 소비가 뒷받침돼야 우리 농가 소득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국내 농산물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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