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물가 상승률(-0.4%)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농산물 가격 급락 등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주장만으론 물가 하락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에 따르면 올해 1~8월 월별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나라는 한국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 세 나라다. 그리스는 6월(-0.3%)과 8월(-0.2%) 마이너스 물가를 경험했다. 포르투갈은 7월(-0.3%)과 8월(-0.1%) 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까지의 통계가 집계된 한국은 8월(-0.04%) 9월(-0.4%) 두 차례 물가가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하락률은 OECD 최저 기록이다.

정부가 마이너스 물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국제 유가 하락은 세계에 똑같이 영향을 준다. 농산물 국제가격도 올 하반기부터 하락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상품지수(GSCI)의 농산물 가격지수는 올 7월(-5.7%)과 8월(-5.7%) 2개월 내리 떨어졌다.

그럼에도 전체 소비자물가까지 뒷걸음질친 나라는 극소수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마이너스 물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한국은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9월(0.3%) 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또 다른 마이너스 물가 국가인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2013~2014년 재정위기를 겪은 뒤 아직까지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나라기도 하다.

OECD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안팎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 2.1%, 7월 2.1%, 8월 1.9%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1.5~2.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0년대까지 이어진 디플레이션(장기간 물가 하락) 여파가 가시지 않은 일본도 올해 0%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0’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