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사장 인터뷰 "도시재생 15개 신규 사업모델 발굴 통해 체감효과 높일 것"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불가피…일시적 공급 부족 도시재생으로 보완"
3기 신도시 건설로 공급 부족 우려 해소될 것…'일자리·교육·교통' 3박자 갖춰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변창흠 사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기관장으로 꼽힌다.

교수(세종대 행정학과) 출신이지만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도시개발공사(SH) 공사 사장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으로 현장 실무에도 능하다.

자신의 지론을 이미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 조직에 심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LH의 성격과 현장과 실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SH공사 사장 시절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만든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부동산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로 거듭났다.

그만큼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을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20일 강남구 LH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만난 변 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올해로 통합 10주년을 맞은 LH에 대해 그는 "상당한 통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공기업 혁신의 모범사례가 됐다"며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이 주문한 LH의 모습은 공공사업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지자체, 민간 등 여러 주체와 협력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되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국토 공간 전체에서 LH에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은 LH가 그만큼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공주택 건설, 지역 균형발전, 사회적 배려, 일자리 창출 등을 수행하는 LH의 역할은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국가, 사회적 가치 등 시대상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은 앞으로 LH가 해외사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도시개발의 리더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변 사장과의 일문일답.
"통합10년 LH, 시너지 내며 공기업 혁신…공공플랫폼 역할 수행"

-- 취임 5개월을 맞는데 소감이 어떤가.

▲ 나는 순수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라기보다 학문(이론)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그간 도시·주택·지역·국토분야에서 실천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SH공사 사장을 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실행에 옮기면서 즐거움이 컸다.

LH는 서울에 국한된 SH공사와 달리 전국을 대상으로 훨씬 넓은 분야를 두르고 정책화할 수 있다.

직원들이 내가 생각한 취지를 정책과 사업모델로 만들어주고, 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을 보며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LH가 다음 달로 통합 10주년을 맞는다.

통합의 성과는 무엇이고, LH의 미래상은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

▲ 참여정부 시절 연구자로 있을 때 LH 통합 문제를 연구했으나 저항이 강해 그땐 성사시키지 못했다.

상호 업무가 비슷한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라는 양대 공기업의 통합이라 여러 어려움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본다.

LH는 통합 이후 지금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역할을 하고 있다.

국토 공간 전체에서 LH의 역할이 크다.

다만 향후 LH의 10년은 지금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러 주체와 협력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능을 해줘야 한다.

-- 과거에 비해 해외사업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미얀마에서는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도 했는데 LH에 어떤 의미인가.

▲ LH가 토지공사 시절부터 여러 해외사업을 모색해왔지만 57년 역사상 해외에서 기공식까지 한 것은 이번 미얀마 사업이 처음이다.

LH는 준 사회주의 국가인 미얀마에서 67만평의 땅을 확보해 우리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게 된다.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사업을 비롯해 러시아, 볼리비아, 말레이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사업을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있다.

많은 민간 기업들이 얕은 인맥 등을 동원해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것을 봐왔다.

우리 정부가 민간 기업들이 안전하게 진출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웠다.

앞으로 LH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 공약사업인 도시재생뉴딜이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체감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도시재생 전문가로서 방법이 있나.

▲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도시재생과 문재인 정부의 '뉴딜'은 다른 것이다.

과거의 도시재생은 보존과 주민참여, 커뮤니티 활성화 쪽으로 정의됐는데 이런 방식은 체감이 어렵다 보니 사업 형태로 전환해 '착한 토목, 착한 건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한 것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다.

실행력 있는 재생 사업을 만들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해 여러 모델 내놨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인정제도, 총괄사업관리자 제도 등이 그것이다.

국토부와 워크숍 등을 거치며 15개 신규 사업모델도 발굴했다.

곧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통합10년 LH, 시너지 내며 공기업 혁신…공공플랫폼 역할 수행"

-- LH 사장 이전에 전문가로서, 3기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고 보나.

▲ 정부가 9·13대책 발표 전까지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시장에는 공급에 대한 신뢰가 없더라. 신도시 공급은 중단하고, 재개발 사업은 많이 해제되다 보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심리로 계속 집값이 올랐다.

3기 신도시 건설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한 택지를 확보해 심리적 안정을 주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인프라 투자가 68% 정도 이뤄졌는데 입주 가구수는 52%에 불과하다.

나머지 48%가 건설돼 입주하면 기반시설 부족으로 교통난이 그야말로 심각해진다.

3기 신도시 건설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 그러나 3기 신도시가 강남 대체 사업지는 아니어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 우리나라처럼 주택 거래가 많고, 아파트로 규격화돼 거래가 편한 나라가 없다.

또 우리처럼 SNS가 발달된 나라도 없으며 전재산의 70%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 나라도 우리뿐이다.

이 4가지가 결합된 상태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공급가격(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재건축을 풀어 무조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공급 만능주의로, 해법이 될 수 없다.

-- 그렇다면 바람직한 3기 신도시 조성방향은 뭔가.

▲ 3기 신도시는 서울의 일터로 가기 위한 베드타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주거, 교통 3박자가 어우러진 새로운 방식의 신도시가 돼야 한다.

고양 창릉지구에 있는 대곡역은 광역급행철도(GTX) 등 6개 교통 노선 만나고, 남양주 왕숙지구도 GTX 등 4개 노선이 지난다.

이런 곳은 사실상 거대한 도심이 새로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3기 신도시를 과감하게 서울의 부도심 수준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모든 일자리가 강남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3기 신도시로 직장을 옮기고,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통합10년 LH, 시너지 내며 공기업 혁신…공공플랫폼 역할 수행"

--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 경우 공급가격은 낮아져도 공급이 제대로 되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는데.
▲ 싼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상한제로 인해 일부 사업이 중단될 것에 대비해 안정적 주택 추가공급 수단은 확보해야 한다.

3기 신도시 분양이 2022년부터 시작되는데 그전까지 2년 반∼3년 동안 공급을 확대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업단위의 도시재생을 통한 주택공급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아파트 사업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분양가 상한제나 개발이익환수, 공기업 투자, 조건부 분양 등의 방식으로 가격 상승은 막아야 한다.

-- 정부가 앞으로 5, 10년 임대후 분양전환 주택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임대후 분양은 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는데 다양성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 분양전환 임대주택 공급이 중단되면서 LH 공급 주택은 장기 임대와 분양주택 2가지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집마련의 방법으로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비싼 분양가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수요를 위해 임대와 분양의 '중간 영역'의 주택이 필요하다.

분양가를 아주 싸게 공급하되 매각 시에는 LH에 파는 환매조건부 주택이나 건물 소유권만 갖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협동조합주택, 공유형 주택 등은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서울의 자가주택 비율은 42.5%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여러 분양 유형을 만들어 자가주택 보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LH가 다양한 유형을 선택해서 분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공공택지 분양가를 놓고 LH나 건설사업자가 폭리를 취한다고 지적한다.

택지 공급가격을 감정평가 방식으로 정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텐데 LH 입장은.
▲ 공공택지 공급 가격은 감정평가 방식이 합리적으로 과거의 조성원가 베이스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LH는 합리적인 공급가격 책정을 통해 얻은 이익을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적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조언도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것인 만큼 이해와 설득을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통합10년 LH, 시너지 내며 공기업 혁신…공공플랫폼 역할 수행"

--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이 분양가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시행자로서 LH의 입장은.
▲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과거 LH의 재무부담 문제로 선투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민간 사업제안 방식으로 부지 조성과 임대주택 건설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였는데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서 특혜를 준 것처럼 오인이 됐다.

앞으로 민간제안사업은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개발이익 취득을 방지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제이드자이는 현재 공동 시행자인 GS건설과 적정수준의 분양가로 공급하기 위해 다각도로 협의 중이다.

대우건설이 추진하는 S블록의 분양가는 사업시행자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되, 무주택 실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취임사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공기업의 힘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미국 미래를 위협하는 저출산·고령화 및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적 핵심 과제다.

그러나 LH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지자체는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의욕에 비해 노하우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LH는 지자체 등과 지역가치 축적형 사업을 발굴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지원하고 지역간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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