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간 길어지고 유효기간 단축…대일 수출기업 바뀐 제도 주의해야
네트워크 보안·반도체 재료 장비 등 비중 커…"정상수출 영향 없을 것"
日수출규제 대응해 꺼내든 '두번째 칼'…對日 수출 까다롭게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두 번째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 방침을 밝힌지는 37일 만이다.

그동안 일본의 조치를 철회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결국 '강 대 강'으로 맞붙는 셈이 됐다.

정부는 일본을 기존 백색국가인 '가' 지역에서 원칙적으로 비(非) 백색국가와 같은 규제를 받는 '가의2'로 사실상 강등하면서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국제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과는 본질적으로 규제의 배경과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고 WTO 제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대응으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일본의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日수출규제 대응해 꺼내든 '두번째 칼'…對日 수출 까다롭게
◇ 일본 사실상 '비백색국가'로…심사기간 늘고 유효기간 단축

18일 오전 0시를 기해 일본은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됐다.

산업부는 전날 사전 브리핑을 통해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으나 원칙적으로 비백색국가 규정을 적용하는 가의2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 지역에 대해 인정하고 있던 포괄수출허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개별수출허가는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신청서류가 기존 3종(수출허가 신청서, 판정서, 영업증명서)에서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더해 5종으로 늘어난다.

심사 기간은 5일에서 15일 이내로 길어진다.

대일 수출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은 이전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의 경우 AAA등급은 5일 이내, AA등급은 10일 이내 처리 기간이 적용된다.

A등급은 15일 이내가 원칙이나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으로 수출할 때는 10일 이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가의2 지역으로 강등되기는 했지만,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국이어서 CP 기업이라면 어떤 등급이든 10일 이내 수출이 가능하다.

다만 관련 규정에서 정한 별도 심사 또는 보완이 필요한 경우 심사 기간이 추가될 수 있다.

최종사용자 확인을 받아 재수출 허가를 받았거나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라 중계무역 또는 외국인도수출을 하는 경우 가의1은 개별수출허가가 면제되지만 가의2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日수출규제 대응해 꺼내든 '두번째 칼'…對日 수출 까다롭게
포괄수출허가(사용자포괄수출허가·품목포괄수출허가)는 심사 기간이 기존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바뀐다.

AAA등급 CP기업은 종전처럼 3년 이내 유효기간이 그대로 적용된다.

CP기업이 정해진 품목을 구매자, 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受荷人)을 지정해 일정 기간 수출할 수 있게 허가하는 사용자포괄수출허가는 기존에는 등급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가의2는 AA등급 이상으로 규정이 강화됐다.

A등급은 동일 구매자에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에 따라 수출할 경우, 해외 전시회 참가 등 사유가 있는 경우 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신청서류는 신청서 외 최종수하인 진술서와 판정서를 추가로 내야 한다.

재수출은 가의1은 해당 국가의 수출통제제도를 따르면 되지만, 가의2는 최종수하인 진술서를 통해 재수출하겠다고 밝힌 최종사용자 소재 국가에 한해서 효력을 갖는다.

CP기업이 정해진 품목을 특정한 구매자, 최종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 최종사용자, 최종사용용도에 따라 일정 기간 수출하는 것을 허가하는 품목수출허가는 사용 자격이 AA등급 이상에서 AAA등급으로 상향된다.

최종사용자가 국가나 정부 기관인 경우는 AA등급도 가능하다.

한국의 전략물자 품목은 민감품목 597개, 비민감품목 1천138개 등 모두 1천735개이다.

이들 품목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산업부는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100개 미만인 것으로 파악했다.

업종별로는 네트워크 보안 장비, 반도체 재료 장비, 반도체 광학 소재, 화학제품, 섬유화학제품 등의 대일 전략물자 수출 비중이 크다.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그동안 CP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며 "앞으로 AAA등급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日수출규제 대응해 꺼내든 '두번째 칼'…對日 수출 까다롭게
가의2는 비전략물자이지만 군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에 적용하는 상황허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수출자는 행정기관장으로부터 서면통보를 받은 경우(Inform), 구매자나 최종수하인 또는 최종사용자가 무기 전용 의도가 있음을 인지한 경우(Know), 전용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Suspect)에 상황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 의견수렴 91% "日 제외 찬성"…'역효과' 우려도

산업부는 지난달 14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20일간 의견을 받았다.

찬반 비중은 찬성이 91%, 반대가 9%였다.

구체적인 건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찬성 의견 중에서는 '심사 기간을 90일 또는 100일로 연장해야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램 등을 전면 수출 금지해야 한다'는 보다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업부는 이런 의견과 관련해 "이번 고시 개정은 일본에 대한 대응조치가 아니며 개별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는 이번 개정안과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한국이 일본의 수출통제 시스템을 오해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실질적 타격을 주기 어려우니 비관세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과 현지 수출 관련 기관, 기업 관계자 등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 경산성은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3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식 제출했다.

일본은 당시 의견서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 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시 개정 사유, 일본을 가의2 지역으로 분류한 이유, 캐치올 규제 등 한국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그동안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등 정량적인 지표로 수출지역을 가, 나 지역으로 구분했지만, 국제수출통제체제 취지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해서 국제공조 어렵다는 판단이 되는 지역은 이제까지 기준으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보고 고시를 개정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나 품목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日수출규제 대응해 꺼내든 '두번째 칼'…對日 수출 까다롭게
여전히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다.

한국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역으로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논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한국을 WTO에 맞제소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의견 수렴 기간 반대 의견을 제출했던 국제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는 "한국이 일본에 대해 수출규제를 할 경우 WTO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공세적 위치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수출규제와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은 그 배경과 근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한국은 국제공조가 가능한지를 토대로 고시 개정을 한 것이고 일본은 정치적 목적에서 규제 조치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목적과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은 정상적인 국내법,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제도를 개선한 것이어서 WTO 제소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